당신은?

내게 봄

by 이봄


매일 오가는 길 모퉁이에 작은 매화나무가 있습니다. 키 큰 소나무 너댓 그루에 둘러쌓인 그늘에 나보다도 키 작은 어린 매화입니다. 가지는 동그랗게 다듬어져 더욱 왜소한 나무죠. 그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린지 며칠이 지나고서 깜빡이는 신호등에 걸음을 멈췄을 때 코끝을 파고드는 짙은 꽃향기에 심장이 벌렁거렸습니다. 어찌나 향긋하고 그읔하던지요. 정신이 몽로해질 지경이었습니다. 이래서 매화향기 십리를 간다 했구나 싶었습니다. 횡단보도 신호등 깜빡이듯 내 심장도 초를 다퉈 쿵쾅거렸습니다.

페이스북이며, 카카오톡이며 온통 소셜에선 꽃들이 지천으로 피었습니다. 먼 섬 제주에는 갯무가 흐드러지게 꽃을 피우고, 유채는 노란꽃 산등성을 만들었습니다. 망설임도 없고, 머뭇거림도 없는 파죽지세. 거침없는 물결입니다. 바람 한 줄기에 개나리꽃은 떼지어 삐약거리고, 뒤뚱거리던 버들강아지는 포동포동 젖살이 오른 지 오래라고도 했습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아침과 저녁이 다른 봄입니다. 봄은 초를 다퉈야하는 노루꼬리 전쟁터일지도 모릅니다. 때를 놓치면 다음은 언제인 지 기약할 수도 없으니 이전투구, 암중모색, 말들이 춤을 춥니다. 걸음걸음 마다 휘청이게 되는 취함이 머물고, 때로 팔짱 거들먹이듯 건방을 떨기도 했습니다.

난장입니다. 순서도 없고 기다림도 없습니다. 오직 혈관을 타고 팔딱이는 순수의 몸부림입니다.계절은 몸살 호되게 앓아야 다음으로 넘어가는 티켙 한 장을 겨우 거머쥐게 됩니다. 짧은 시간입니다. 꽃을 피워내고, 열매 맺어야하는 태초의 명령입니다. 거역할 수도 없으니 봄은 때를 다투는 전장戰場 입니다.

어디쯤 오시었나? 두근거리는 마음 토닥이고 있을 때 문자 하나 요란스레 당도했습니다.

"나, 지금 출발해요!"

뭐가 요란한 문자라는 말인지 싶죠? 그저 지금 출발한다는 말이 전부인 문자인데 말이죠. 맞아요. 단순한 말입니다. 그렇지만 내겐 천둥이 울고 번개가 날뛰는 문자였습니다. 바다 건너 먼 남녁에서 시작된 봄이 마침내 내게로 몰려드는 순간인데 어찌 요란하지 않을까요? 향기는 아득할 터였고, 형형색색의 바람으로 시야는 어지럽겠죠. 두 발 땅을 딛고 섰음에도 구름위를 걷듯 휘청일 나 입니다. 무알콜 맥주에다 우물물 시원하게 한 사발 들이켰어도 취기가 오름니다.


당신은 내게 봄 입니다. 이유같은 거 묻지 마세요. 그런 거 없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냥 그 얼굴로 이름을 얻었듯 당신도 그렇습니다.

"당신은 내게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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