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그리 좋았을까요?
잠을 설쳐가면서도 날씨가 궁금했습니다. 혹시라도 별 총총하던 밤하늘에 먹장구름 찾아들까 안달을 떨기도 했습니다. 보고 또 보고, 창호지 너머로 스며드는 밝은 달을 보며 안도의 숨을 내쉬기도 했지요.
기껏해야 김밥 한 줄에 탄산수 하나, 거기에다 삶은 달걀 두엇 챙기고서 날이면 날마다 보던 곳, 뭐 특별할 거 하나도 없는 곳에 가기를 어쩜 그렇게 마음 졸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지만 봄날의 소풍은 그랬습니다.
소풍이란 말이 주는 즐거움이 잠을 설치게도 하고, 그 기대감에 심쿵 가슴 떨리는 요란이 있었구나 싶기도 합니다. 소풍은 그랬습니다. 지금이야 편의점이나, 대형 마트나, 골목 구멍가게에도 차고 넘치는 콜라에 사이다가 있다지만 소풍이나 돼야 만나게 되는 귀함도 있었습니다. 먹고 논다는 게 선택받은 날만의 특별함이 있던 시절입니다.
작은 창가를 서성이게 됩니다. 확 트인 창도 아니라서 건물 그림자에 갇히면 대낮에도 잠자기 좋은 방입니다. 그래도 자꾸만 내다보게 됩니다. 아, 몇 시간이 지난 다음의 일도 아녔네요. 오늘이 종일 지나고 내일이 돼야만 하는 일인 데도 벌써부터 안달입니다. 소풍입니다. 김밥 한 줄에 삶은 달걀 비닐봉지에 넣지도 않을 겁니다. 칠성사이다가 최고였지만 그것도 챙기지 않겠지요. 굳이 미리미리 챙겨야 할 이유가 없으니 그렇습니다.
귀밑머리 하얗게 쇠고 났으니 강산이 못해도 서너 번 변했을 터인데 어쩐지 마음은 엊그제와도 같습니다. 늘 피곤하다 노래를 불렀고, 사실 잠에 취해 제대로 일어나지 못한, 그래서 부랴부랴 눈곱만 겨우 떼고서 일을 시작한 날도 여럿입니다.
잠이 오지를 않습니다. 설렘입니다.
두근두근 설레는 날, 잠이 달아나도 행복합니다. 소풍을 기다리는 나는 국민학교, 국민학생이 됐을까요? 오랜만에 소풍에 설레는 밤입니다.
"제발 비 오지 않게 해 주세요"
빌고 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