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행복한 소풍인지....
새벽, 일을 마치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노란 개나리꽃을 만났습니다. 시간은 새벽이니 꽃들도 달큼한 꿈 꾸며 단잠에 빠졌습니다. 걸음을 멈췄습니다. 미안함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누구보다도 꽃을 예뻐하는 사람입니다. 그저 두고 봐야 좋은 줄도 모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 마음을 송두리째 무너트리는 게 있기도 합니다. 이율배반입니다. 이렇지만 저렇기도 한 갈등이기도 하지요. 결국 오늘도 한참을 들여다보고 개나리꽃 예쁜 가지 하나 툭 끊어냈습니다.
개나리꽃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이어 잊힐까 아쉬운 마음에 붓을 들었습니다. 취하고 취한 몸뚱이라서 마음도 뛰놀고, 제 알아 붓도 뛰놀았습니다. 어차피 한석봉 정갈한 명필도 아니고, 김정희의 시대를 앞선 그라피티도 없으니 그저 휘적여도 좋은 글씨가 휘청였지요. 아, 대가들의 이름을 불러 어깨를 견주려는 것은 아닙니다. 글씨, 캘리그라피.... 이런 생각이 떠오르니 그저 머릿속에 동동 떠오르는 이름이었겠죠. 샛길로 이야기가 빠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그렇다고 난리야 나겠어요. 글씨 하나 끄적였습니다.
한양을 지키는 첫 관문이 강화도 입니다. 강화도의 물길을 거슬러 오르면 바로 나라의 우두머리 도시가 나타나니 여기 저기 물길마다 성을 쌓고 화포를 두었겠지요. 둔이며 진이니 하는 곳들이 그런 곳입니다. 강화를 얘기하자면 모든 길목과 마을이 군사 요충지이기도 하고, 문화재이기도 합니다. 역사를 온몸에 아로새길 수 밖에 없던 땅입니다. 민족의 깊은 염원을 하늘에 띄우는 최첨단 하이테크놀로지 발사장이었던 삼신산三神山 중 하나가 마니산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걸음마다 채이는 게 역사요, 문화일 수밖에 없는 섬이 강화도입니다.
그 섬을 한가로이 거닐었습니다. 당연 강화도 관광일번지 전등사에 올랐습니다. 삼삼오오 상춘객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길을 걸었습니다. 식당가를 채 벗어나기도 전에 늙은 소나무가 정렬하고, 더 늙은 느티나무가 빙그레 웃더군요. 우락부락 심통맞은 소사나무는 뒷짐짓고 돌아앉았더라고요. 그러거나 말거나 진달래 미치도록 화사하게 피었지요. 화려한 봄날입니다. 깍지 낀 손끝에 팔딱이는 심장은 덤입니다.
예쁜?아니네요. 벌거벗은 나부가 몇백 년의 세월을 떠받치고있는 전설의 대웅전을 봤습니다. 워낙 유명세를 타는 나부의 공포라서 사진도 한 장 찰칵 찍었지요. 곁에 있던 그가 그랬습니다.
"너무 과한 거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너무 과한 형살이기도 하겠다 싶기도 합니다. 사랑하다 사랑이 식으면 남이 될 수도 있죠. 있는 정도가 아니라 마음이 아니면 굳이 꾸역꾸역 참을 이유는 없겠다 싶기도 합니다. 맞습니다. 다만 버린 그가 목수였든 게 문제겠지지요.
"날 버려? 그래? 그럼 너는 죽어도 평생 대웅전 네 귀퉁이에 앉아 지붕을 받들고 살아!" 저주를 했다지요. 오늘 생각하니 참 마음이 그렇습니다. 쿨하게 떠나보내지 못한 목수와 달아난 그녀가 못네 아쉽습니다.
아, 몰랐습니다. 강화엔 마니산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마니산 부처님도 웃으셨다 쓰고 나니 전등사는 정족산에 있는 사찰이구나 했습니다. 왕조실록을 보관하기도 하고, 왕이 전란을 피할 땐 뭐라고 하죠? 난 중의 임시 궁이기도 했던 절집이 전등사지요. 그냥 마니산이나, 고려산, 정족산도 그렇지요. 등줄기 맞대고 있으니 그냥 마니산 부처님이 웃으셨다 우기고야 맙니다 . 단지 그렇습니다.
휘적휘적 휘청휘청 부는 바람에 나는 휘청여 행복합니다. 바람에 휘청이다가 샛길로 빠져 주절이기도 합니다. 아시나요? 그렇다지만 나는 딱히 달라질 나도 아니고, 오늘도 나는 취해 행복한 하루를 정리합니다. 잊고 싶지 않은 꽃대궐을 걸었습니다. 짧았지만....
고맙습니다.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