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찌기 좋다네요
때 늦은 미역국을 데우고 밥도 데웠습니다. 쉬는 날이라네요. 그러니 바쁠 것도 종종거릴 이유도 없다는 얘기겠죠. 그렇습니다. 시계는 알아서 째깍거리고 나는 덩달아 쌓인 피로 속으로 가라앉고야 맙니다. 한참을 죽은 듯 잤습니다. 흐렸던 하늘이 칠흑으로 바뀌었습니다. 실눈 겨우 떴을 때 시간은 그만큼 흘렀고 나는 '그랬군?' 심드렁하게 되네요.
엊그제 이 월 그믐이 생일이었습니다. 태어난 날이니 축하하고, 축하받기도 합니다. 거창한 생일상을 받는다면 또한 나쁠 것 없겠지만 그렇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그저 말 하나 오고 가면 행복입니다.
"축하해. 오늘 생일이라며?"
행복했습니다. 그가 내 생일을 기억하더군요. 뭐 해 준 것 없으니 서운할 여력도 없다지만 새끼들도 챙기지 못한 말입니다. 그가 끓여온 미역국을 먹었습니다. 맛있더군요. 어쩌면 맛을 떠나 정성이겠죠?까만 콩에다 찹쌀을 넣은 그의 밥은 그냥 밥만 먹어도 맛있는 밥입니다. 햇반이니 뭐니 하는 것들은 근처에도 오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글씨도 하나 쓰게 됐지요. 비교를 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입니다. 당연하지요. 이윤을 위한 밥과 걱정이 앞서는 밥이 같을 수가 있나요.
온통 그대입니다. 참치 캔에 맛있는 밥 그리고 미역국까지. 데우고 뜯어 뚝딱 한 상을 차렸습니다. 혹시 아시나요? 살찌기 좋은 밥이 참치마요라네요. 참치에다 느끼한 마요네즈 듬뿍 넣은 밥, 그 밥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느끼하게 허기진 새벽을 달랬습니다. 복분자 진한 술은 몸을 달구고, 그의 정성은 취하게 합니다.
나는 이래춘입니다. 꿈꾸는 사내입니다. 가진 것이라곤 꿈 하나가 전부입니디. 유전자가 문제일까요? 생각해보니 좀 그렇습니다. 열심히 살았습니다. 남들처럼 성공의 명예도 얻고 싶었고, 그에 따른 돈도 벌고 싶었지요. 단란한 가족의 행복도 꿈꿨습니다. 뭐 다를 것도 없고 대단한 무엇도 없었습니다. 하루가 행복하고 이틀이 좋으면 그만이다 했지요.
나는?, 하고 나면 쓸 말이 별로 없네요. 가진 것도 없지요. 나이는 제 알아서 먹었으니 더욱 그렇습니다. 끼니의 반은 라면인데도 먹고 사는 건 여전히 발목을 잡는 난제로 남기도 하네요. 그저 지금의 나 입니다.
웃기지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투리 시간이 나면 글씨 하나 끄적이면 그만입니다. 온갖 아픈 것들 눈 독듯 사라져 행복합니다. 웃게도 되네요. 참 불공평한 인생이다 싶기도 합니다. 좋은 만큼, 좋아하는 만큼 열정에 더해 재주라도 주시지.... 재주 없는 곰은 오늘도 싱거운 행복에 빠졌습니다.
나는 오늘도 그저 '이래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