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둘
생각 없이 사는 사람도 없을 테고 말없이 사는 사람도 없을 터다. 생각이 있으니 말을 하게 되고, 그 말은 결국 생각이란 말이기도 하다. 그저 본능처럼 하게 되는 말도 있겠지만 말은 그 사람의 인생을 관통하는 첫번째 표현일 수밖에 없다. 말은 그저 툭 힘들이지 않고 내뱉는 날숨이어서 마치 잠자는 동안에도 멈추지 않는 호흡이다. 얼마나 쉽고 편한가? 생각을 해야만 숨쉬는 것이 아니듯 무의식의 발로가 말이라면 너무 무리한 일반화일까?
에피소드 #1
녀석이 말했다.
"넌 참 계획없이 사는구나?"
이마를 헤머에 맞은 것만 같은 말이었다. 계획없이 산다는 말,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했지만, 면전에 두고 그런 말을 한다는 건 보통의 심장을 지닌 사람이라면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손 아래 어린 사람을 나무랄 때도 녀석의 상처를 먼저 생각하면서 선택하게 되는 게 말이고, 그 표현의 수위를 고민하게 되는데,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쏘아붙이던 그를 잊을 수가 없다. 사실, 그가 어떤 성격임을 모르지 않았기에 내 계획이란 건 유명무실한 거여서 내세울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듣지도 않을 계획을 머리 쥐어짜며 세울 이유가 뭔가? 첫 경험의 존재감 없는 나와 수시로 드나든 그의 쌓인 경험은 이미 그 출발선도 달랐다. 믿고 의지한 걸음에 굳이 나는 이래? 하는 준비도 웃기는 거였고...
에피소드 #2
"넌 너 밖에 모르는 놈이야!"
입에 게거품을 물며 녀석이 말을 했다. 세상은 이러니 저러니 장황설을 떨며 어린 애 훈계하듯 말은 사납고 날카로왔다. 듣다 보면 내가 정말 세상을 잘못 살았구나 하게 강요하는 말들이 효수터의 망나니처럼 날뛰었다. 입안 가득 물었던 물 석양을 등지고 뿜었을 때 망나니의 손에 쥐어진 반월도엔 무지개가 빛났다.
"그랬구나!"
나는 나 밖에 모르는 놈이구나.
이타이기利他利己, 마음에 타他를 먼저 놓을까요? 아니면 기己를 먼저 놓을까요? 생각했습니다. 이타적인 내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내가 손해보고 말지! 하면서 살았습니다. 손해를 보더라도 마음 편한게 좋았습니다. 그까짓 몇 푼어치의 날 위한 것들 챙기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물론 그렇지요. 내가 쓰는 글이니 편중되고 편애하는 마음 없을까요? 그렇지만, 그렇더라도 귀 닫고 마음 잠그지는 않았습니다.
느닷없는 휴일이 짜증을 부르고 자괴감을 부릅니다.
"너는 참 계획없이 사네?" 하던 녀석과
"넌 너 밖에 모르는 놈이야!" 하던 녀석이 떠들던 그 말들이 천둥으로 웁니다.
내 탓 입니다. 맞아요. 다 내 탓입니다. 떠나지 못함이 내 잘못이고 그들이 손에 쥔 선 입니다. 여행길에서도 지금도 쉽사리 박차고 떠나지 못합니다. 모든 옳고, 그름은 거기에 있는 듯 합니다. 봄날의 시샘이 오늘 꽃으로 피었습니다. 엄동설한 이겨낸 호박벌 한 마리 봄날에 떠났습니다. 긴 겨울의 인내 허망하게 아롱지고야 말았습니다.
오늘은 그런 봄날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