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는 진저리 치게 피었다

타닥이는 불꽃으로

by 이봄


매캐하게 연기가 피어올랐다.

굳이 눈 뜨지 않아도 모르지 않았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검붉은 불꽃은 너울너울

춤사위로 타올랐다.

훅하고 폐부를 파고드는 향기와 감은 눈으로

올려다본 선홍빛 춤사위를 어찌 외면할까?


탈바가지 얼굴을 가리고 허리춤 질끈 동여매고서

어기야 덩더꿍 덩더러쿵 신명 나게.

살포시 펼쳐 든 장삼자락 허위허위 하늘을 날다가

얼쑤! 허공을 가르며 나비 떼로 쏟아진다.

구르는 발걸음에 흙먼지 일고

덩실덩실 어깻죽지엔

안달 난 연놈들 굴비처럼 매달렸다지?

하얀 꽃 무더기 찔레꽃이 졌다.

붉은 해당화는 저 먼저 졌다고 했다.

달포쯤만 사랑받는 아까시는 바스락

말라버린 꽃잎 먼지 떨어내듯 떨어냈다.

하루쯤 비가 내렸고 갈피도 없는 바람

며칠을 몰아가 머리카락을 흩어놓았다.

개개비 한 쌍 갈대숲에 둥지를 틀고

사흘 밤낮을 사랑을 했다고 했고,

물 괸 웅덩이마다 개구리들 벌건 눈으로

뽀가각 뿌가각 암놈을 좇았다.

암 수 서로 정답다던 꾀꼬리는 신갈나무

높다란 가지에서 열병을 앓았다.


낙화로 스러지고, 분분히 불꽃으로 피었다.

5월이 지고 6월이 오는 길목엔 연기만 자욱했다.

단 며칠, 눈 감고 귀 닫은 그 며칠 사이에

진저리 치게 꽃이 피고 소름 돋게 꽃이 졌다.

골골마다 산새가 날고 암 수 서로 사랑을 했다.

다만, 나는 골골골 닷새를 앓았다.


행복하였으니 몸서리도 한껏 쳐야 되지 않겠나?

며칠쯤 호되게도 앓아줘야

가시는 이의 발걸음도 서운치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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