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을 차리다
"아름다운 아가씨 그 향기는 뭔가요?
아아아아 아아아아 아카시아 껌!"
언제였던가?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cm song을 흥얼거리면서 새벽길을 달렸습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새벽, 맑은 공기에 실린 향기는 어찌나 달콤하고 향기로운지 정신이 아득할 지경이었습니다. 조금은 찌그러진 달빛 아래서 하얗게 핀 모습은 또 얼마나 예쁜지 모르겠습니다. 아름다운 아가씨 그 향기는 뭔가요? 절로 묻고 싶게 아까시꽃이 한창입니다. 벌들은 바쁜 날개 몸서리치게 파닥이고 밀봉꾼은 절로 입꼬리 찢어지는 날들입니다. 꽃 피어 행복한 사람들 두둑한 지갑에 한 번 더 웃는, 봄날은 그래서 더욱 향기롭다 하겠지요. 벌 나비 꽃에 취하듯 새벽을 달려 집에 왔습니다.
늘 새벽은 그렇습니다. 지친 몸뚱이 구들장에 허리 쭉 펴고 눕기를 원하지만 그보다 더 급한 것은 시장기지요. 배가 고파서 허리가 굽고 뱃가죽과 등가죽이 얼싸안고 상봉의 눈물을 흘릴 지경입니다. 밥을 데우고 식은 찌개를 다시 끓였습니다. 달걀 프라이도 곁들여 상을 차렸지요. 될 수 있으면 간단한 게 좋습니다. 설거지도 단출한 게 좋고 이왕이면 두어 번 재 사용하는 먹거리가 좋기도 합니다. 궁상맞지요? 그래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끼니를 때우며 산다는 건 새벽이 궁상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있잖아요?
그래도 웃긴 건 철이 없다는 거지요.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케첩 하나 샀습니다. 날이 지날수록 애들 입맛이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케첩이나 마요네즈 같은 것들이 입맛을 잡는 듯도 합니다. 굶느니 애들 입맛이면 또 어떨까요?
아시나요? 오는 길에 눈꽃처럼 핀 꽃을 한 송이 잘라왔습니다. 허기지고 굶주린 새벽에 딱인 꽃, 이팝꽃입니다. 혹여라도 누구의 밥그릇을 빼앗지나 않았을까 조심스러워 '고수레!'를 주절거렸습니다. 방구석이 좁다 보니 구석구석 차마 뿌리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마음만은 그랬습니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피는 꽃 하나에도 고슬고슬 이밥을 그렸을까요? 나 배 부르면 남의 배곯는 거 모른다는 말 있듯이 굶주린 새벽 떠도는 주린 영혼은 또 얼마나 많겠어요. 이팝나무 꽃 푸른 밥그릇에 마음 담아 한 그릇을 준비했습니다.
풀 하나 나무 둘, 거기다 머물지 못하는 바람 셋 따끈한 밥 한 그릇 드시어요!, 하는 마음입니다.
고수레! 고수레!
배곯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세상 참 예쁘고 고마운 말이 하나 있지요?
"밥은 먹었니? 나랑 밥 먹을까?"
그렇습니다. 당신과의 밥은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