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석 하나 필수로 챙겨 들고 그릇을 팔던 시절이 있었다. 마을회관이며 동네에서 제법 사는 집을 구해 주부들을 불러 모았다. 무슨 대단한 마법이라도 보여주는 양 거들먹거리며 그가 뽑아 든 비장의 무기는 물론 자석이다.
"오늘 제가 준비한 제품은 백 프로 스뎅이라 절대 자석에 달라붙지 않아요"
"자 자, 거기 뒤에 아주머니? 앞으로 오셔서 보세요!"
그릇에 올려놓은 자석은 스르르 미끄러져 내렸고 여기저기서 웅성거렸다.
"정말 제대로 된 스뎅이 맞네. 반짝반짝 윤기 나는 것 좀 봐"
아주머니들의 말에 사내는 한 껏 목청을 돋궈 그릇 팔기에 열을 올렸고, 마을회관을 빠져나오는 아주머니들의 손엔 커다란 상자가 하나씩 들려져 있었음은 물론이다.
놋그릇을 몰아내고 위풍당당 밥상의 주인으로 떠오른 스테인리스 그릇 이야기다. 수천 년 밥상을 지키던 놋그릇은 맥없이 자리를 빼앗겼다. 볏짚 수세미에 잿물 듬뿍 묻혀 박박 문질러야만 광택을 되찾는 불편함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았다. 잿물로 박박 문지르지 않아도 반짝이는 그릇, 주부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짝퉁은 있었고 그것을 자랑스레 감별하는 건 자석 하나면 충분했다. 무쇠 성분이 없는 것들이 자석에 달라붙을 일이 없었으니까.
그가 말했다.
"내가 널 좋아하는 건 철이 없어서야"
"응, 맞아. 나도 그래. 우린 늙은 철부지야"
둘이 한참을 웃었다. 자석에 달라붙지 않는 철없는 사람. 그 시절 침을 튀기며 팔던 스뎅 그릇일지도 모르겠다. 무엇이든 없다는 건 불편하고 맥 빠지는 일이지만 가끔은 철없어 행복한 사람 한둘쯤이야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일이다. 모두가 같은 생각으로 떼를 지을 일은 아닌 거다.
밀물처럼 사람들이 몰려갈 때 한 발 뒤로 물러나서 개망초 하얀 꽃잎에 코를 박고서 킁킁거리는 사람 하나.
"어라, 녀석 봐라. 생각보다 향기가 좋네"
귀밑머리뿐만 아니라 온통 백발이 된다 하더라도 철없는 지금이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그 날에도 내가 널 좋아하는 건 철이 없어서야 했으면 좋겠다. 짝퉁이 아닌 순도 백 퍼센트의 스뎅 그릇, 늘 내 마음도 자석에 달라붙지 않는 진품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