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돌을 들어요

나는 검은 돌, 그댄 흰 돌

by 이봄

당신은 흰 돌을 들어요. 나는 먹물 묵직한 검은 돌을 들을 게요. 세로선과 가로선이 교차하는 반상의 싸움에 사람들은 넋을 잃고 감탄도 하고, 훈수도 둔다 하지요. 거기에 백 돌은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하더이다. 내가 백 돌을 들을 수는 없습니다. 늘 빚을 지는 나라서 당연히 백 돌은 당신의 몫이 맞다 싶습니다.

다만 나는 담 하나 쌓으려 합니다. 높지도 않고, 지나는 사람 위협하지도 않는 아담한 담 하나 쌓으려고 합니다. 탱자나무나, 엄나무 사납게 들어낸 가시는 원하지 않습니다. 이왕이면 향기 은은하고, 그림자 예쁜 나무로 울을 치고, 지나치다가 기웃거려도 좋을 만큼의 담장을 치려 합니다. 누구와 나를 차단하려는 담은 아닙니다. 어쩌면 담장 너머 떠도는 이를 부르는 청사초롱 등불이겠다 싶습니다. 어둠을 헤매다 만나는 등불은 당연히 청사초롱 반갑겠지요. 잔치마당 담장 기웃거리다 보면 떡 하나라도 떨어지듯이 그래요.

반상의 싸움을 모릅니다. 흑돌이며 백 돌도 그렇습니다. 가로선과 세로선이 접점을 이루고 상대의 말을 잡기 위한 포석이 싸움의 기본이라고 말은 하지만, 바둑을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기껏해야 오목을 둔다거나, 알까기 정도가 고작이지요.

도낏자루 썩는지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굳이 바둑을 몰라도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말이야 모를 리 없겠지요. 당연합니다. 어찌 모를까요. 황소걸음으로 느려 터진 날이 있고, 제발 가지 말았음 하는 시간은 또 어찌나 빠른지요. 그러라고 했습니다. 너도 너의 몫을 다하고 나는 또 내 몫의 안달을 떨면 되겠지요.

포석, 에워싸 길을 끊고 마침내 항복을 받아내는 포석은 싫습니다. 바둑은 모르지만 길을 끊어 마침내 상대를 고사시켜 싸움을 끝내는 치열함은 어쩐지 내겐 어울리지도 않죠?

낮은 담장 하나 둘러치고, 잡아서 행복한 돌이 아닌 끌어안아 행복한 돌을 놓고 싶습니다. 단절은 슬프고 아픈 일입니다. 씨줄과 날줄이 만나는 접점에 꽃 하나 피었으면 합니다.

에워싸 끝이 아닌 보듬어 따뜻한 포석이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흰 돌을 드셔요. 나는 검은 돌을 들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