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에 해 기울고 다시 혼자가 된 시간에 오늘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단지 두 장의 사진이 스마트폰에 저장돼 있었습니다. 냉방이 잘 되어있는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시고서 한 장을 찍었더군요. 그리고 나머지 한 장은 집에 돌아와서 찍었습니다. 오늘 그대와 별스럽지 않은 점심을 먹고 수다가 좋았던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정오를 넘긴 하늘은 낮은 구름이 장막처럼 드리워져 있었는데도 후끈 달아오른 대지는 무섭게 이글거렸던 날이었죠. 습도도 높아서 후텁지근 끈적이는 여름날의 하루였습니다.
"오늘 하루는 어땠니?"
묻는다면 그대에게 폰에 저장된 사진 두 장을 보낼 터입니다. 부연설명도 필요치 않습니다. 숲이 우거진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언듯 언듯 열린 하늘에 유유히 떠가는 흰구름 하나 바라보는 날이었습니다. 부는 바람은 초록을 털썩 쏟아내고, 흰구름 언저리마다 쪽빛은 개구쟁이 발장구를 쳤습니다. 방울방울 튀어 오르는 물방울은 까르르 구르는 웃음이어서 종일 히죽 헤죽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행복하구나 했습니다. 뙤약볕 송곳니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려도 지레 지쳐 달아날 일입니다. 단지 그대와 함께여서 그렇습니다.
어쩌면 시원하게 몰아치는 소나기라도 기다렸겠지요. 날이 그랬습니다. 누군가가 '밥이나 한 끼 같이 먹을래?' 했으면 그렇게 말한 사람에게 미안하지만 분명 그렇게 말을 했을 겁니다. '미안, 선약이 있어서!' 다음에 한 번 보자!' 그게 사람의 마음인가 봅니다. 좋으면 안달을 하고 싫으면 심드렁한 거. 그렇겠죠. 당신 보자 하면 산더미 같은 피곤이 몰렸어도 해 뜨면 눈을 뜨게 됩니다. 낮 밤이 바뀐 나라도 그렇습니다. 늘 모자란다 어깃장을 놓는 피곤함은 개에게나 던지게 되지요.
초롱초롱 영롱함은 물론 없습니다. 그래도 당신 바라봄이 좋아서 나는 눈에 힘을 주지요.
피곤하지 않은 척, 쌩쌩한 척, 포장을 하게 되는 날이 아예 없다면 그것도 분명 거짓말일 겁니다. 근데 있잖아요. 정말 그렇습니다. 당신 본다 생각만 해도 어디서 그런 힘이 솟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까박 까박 천 근 만 근으로 짓누르던 졸음은 어디로 달아났을까요? 그렇게 때 이른 아침을 맞아도 그 마중이 행복했습니다.
아, 당신의 소중함이 거기에 있겠지요? 모르겠습니다. 혹여라도 지겨울까요? 그래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봐도 봐도 보고 싶은 걸 어쩌겠어요. 그런 거 있죠? 강남 어느 거리에 가면 온통 건물마다 이런 문구로 도배가 되어 있기도 합니다.
"be for, after!" '전과 후'라는 말. 맞아요. 정말 나를 설명하는 말 중 하나일 겁니다.
그런 생각마저 하게 됩니다. 당신 없었으면 이런 세상도 못 보고 세상 한탄에다 한 숨 두 숨을 더하다 말았겠구나 합니다.
물어주세요?
"오늘 어땠니?"
주절주절 말들이 청포도로 익어갈 여름입니다. 향기로운 바람이 바지랑대에 매달린 빨래를 말리고, 그늘 좋은 평상에 누워 나는 참매미 맴맴 우는 소리에 심장 벌렁거릴 터입니다. 루드베키아 황혼처럼 피고, 새벽이 지나면 또 황닥불처럼 해 뜨겠지만 아시나요? 장엄하고 무궁 불변 위대함이 세상 천지에 가득한들 무슨 의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