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글 송송 캘리 탁 맛있는 인생
베갯잇 하나
택배로 왔다
by
이봄
Oct 31. 2019
아래로
딩동 딩동 벨이 울렸다.
개미새끼 한 마리 기웃거릴 일이 없는데
웬 벨이지 했더니만 택배가 왔다.
그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또렷이 적힌
송장이 붙어있었다.
그렇구나!
택배란 게 있었지?
굳이 얼굴 마주하지 않아도 되고
발품 팔지 않아도 그만인 거.
받아 든 팔은 갑자기 떨고 있었다.
베갯잇 하나에 얇은 여름이불 하나가
전부인 상자가 어쩐지 돌덩이라도
든 것처럼
무겁기만 했다.
여름이 막 시작되던 날,
시원한 이부자리 하나 살까?
점심을 먹고 쪼르르 이불가게로 달려가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며 둘이 고른
이불이고
베갯잇이다.
깨끗이 빨아다 주겠다던 그 말이
꼬깃한 편지처럼 택배로 돌아왔다.
더는 아무 말도 없이 입을 다물었다.
절묘한 날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시월의 마지막 날,
먹구름은 하늘을 가렸고, 거기에 더해
수천 리 먼 하늘을 건너온 황사는
우울을 덧씌웠다.
낙엽 구르는 거리엔 그래서
울음 몇 됫박쯤 몰려다니는 날에
마지막 그의 손길이 찾아들었다.
우연치고는 정말 멋들어진 우연이 아닌가?
무릎이라도 쳐야 할 절묘가 있다.
부러 그랬을 일 없음을 안다.
우연이 그를 보았듯 오늘은
그 우연이 나를 아프게 했을 뿐이다.
모든 게 추억으로 저무는 날인데
흔들리는 버스에 몸을 싣고서
흔들리는 버스보다 더 흔들리는 마음
주절거린다.
산다는 건 다 그런 거야!
안으로 안으로 삼켜야만 하는 말들이
딸꾹질로 요란을 떨겠지만
어쩌겠어?
흑백사진 한 장 덜렁 쥐었는 것을....
keyword
캘리그라피
가을
사랑
3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이봄
보글보글 찌개가 끓고 양념같은 이야기들 곁들이는 것. 삶은 그런 거야. 글 송송 캘리 탁~~^^
팔로워
291
제안하기
팔로우
매거진의 이전글
꿈 하나
밥은 먹었니?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