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갯잇 하나

택배로 왔다

by 이봄

딩동 딩동 벨이 울렸다.

개미새끼 한 마리 기웃거릴 일이 없는데

웬 벨이지 했더니만 택배가 왔다.

그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또렷이 적힌

송장이 붙어있었다.

그렇구나!

택배란 게 있었지?

굳이 얼굴 마주하지 않아도 되고

발품 팔지 않아도 그만인 거.

받아 든 팔은 갑자기 떨고 있었다.

베갯잇 하나에 얇은 여름이불 하나가

전부인 상자가 어쩐지 돌덩이라도

든 것처럼 무겁기만 했다.

여름이 막 시작되던 날,

시원한 이부자리 하나 살까?

점심을 먹고 쪼르르 이불가게로 달려가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며 둘이 고른

이불이고 베갯잇이다.

깨끗이 빨아다 주겠다던 그 말이

꼬깃한 편지처럼 택배로 돌아왔다.

더는 아무 말도 없이 입을 다물었다.

절묘한 날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시월의 마지막 날,

먹구름은 하늘을 가렸고, 거기에 더해

수천 리 먼 하늘을 건너온 황사는

우울을 덧씌웠다.

낙엽 구르는 거리엔 그래서

울음 몇 됫박쯤 몰려다니는 날에

마지막 그의 손길이 찾아들었다.

우연치고는 정말 멋들어진 우연이 아닌가?

무릎이라도 쳐야 할 절묘가 있다.

부러 그랬을 일 없음을 안다.

우연이 그를 보았듯 오늘은

그 우연이 나를 아프게 했을 뿐이다.

모든 게 추억으로 저무는 날인데

흔들리는 버스에 몸을 싣고서

흔들리는 버스보다 더 흔들리는 마음

주절거린다.


산다는 건 다 그런 거야!

안으로 안으로 삼켜야만 하는 말들이

딸꾹질로 요란을 떨겠지만

어쩌겠어?

흑백사진 한 장 덜렁 쥐었는 것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