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라서 알까?

어둑어둑 비 내리는데....

by 이봄

겨울을 재촉하는 비, 뒹구는 낙엽처럼 거리를 채웠다. 이른 어둠은 덩달아 달려들고, 젖은 아스팔트엔 자동차의 불빛들만이 어지럽다. 어디로 들 가는 것인지? 달려 도착한 길의 끝에는 환하게 반겨주는 그 누구쯤 있을 테다. 그래, 까치발 딛고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적어도 반색하는 얼굴이 있다면 행복한 걸음이다. 까만 비닐봉지에 붕어빵 몇 마리 담아 들고서 휘적휘적 걷는 퇴근길이라면 좀 피곤하면 어떻고, 좀 우울하면 어떻랴. 까만 눈 동그랗게 뜨고 기다리는 그 누가 있다면 말이다.

"나, 처음으로 돌아갈래?"

참 부럽고 시기 어린 말이다. 돌아갈 처음이 있다는 거, 돌아갈 안식처가 있다는 게 오늘따라 유독 더 부럽다. 불 꺼진 방, 휑하니 찬바람만 서성이고 어째 낯설어 기웃거리게 되는 새벽은 시간이 지나도 도무지 친해지지 않는다.

문득, 끈 떨어진 두레박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둑후둑 차창을 두드리는 빗방울은 이내 가슴을 파고든다. 차고 시리다. 계절은 겨울로 얼굴을 바꿀 터이고, 어찌 알았는지 수능 한파가 찾아드는 것을 보면 세상은 나와 상관없이 여전히 건재하다. 그런 기분 알까? 따돌림당하는 외톨이 같은 마음. 오래전 툭하고 줄기가 끊어지던 날부터 물결에 쓸려 강을 지나고 마침내 망망대해를 떠도는 이파리 하나가 되었다. 머물지 못하고 부유하고야 마는 삶이 어쩌면 내게 주어진 업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청승맞게 내리는 비야 바라봄이 그래서 청승을 떨 뿐.

자작나무와 단풍나무 붉고 노랗게 어깨동무로 가을을 만들고 잣나무 떼 지어 우쭐대는 작은 공원에 우산 속 연인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울어 가을이 간다"

나는 끄적이고, 연인들은 함박웃음으로 겨울을 맞이하겠지.

그래? 뭐 사는 게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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