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요란하다

이제 겨우 시작인데....

by 이봄

뼈 마디가 이렇게 많구나 했다. 손가락이며 발목이며 하는 것들이 밤을 새워 욱신거렸다. 서랍장이며 싱크대 구석구석을 다 뒤졌지만 결국 집엔 감기약 하나 없었다. 벌겋게 상기된 눈으로 새벽을 맞았지만 잠은 달아나고, 어디까지 아플 수 있을까 하는 고통 체험으로 날이 밝았다. 가끔 휘번뜩이며 번개가 쳤고, 후둑후둑 가을비가 요란을 떨었다.

서울엔 첫눈이 내렸다고 눈 소식이 뉴스를 장식했다. 온기가 그리운 계절이다. 부대끼고 마주함이 더없이 좋은 시간인데 나는 홀로의 일상을 치열하게 마중해야만 한다. 시선 저쯤에 누군가가 기다릴지도 모른다는 허망은 버려야 한다. 막연한 기대가 불러오는 그 절망은 시리고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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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비는 오락가락 계절을 앞당기려 내리고, 아직 이른 어둠이 깔린 길을 간다. 일하러 가는 길이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걸음처럼 무겁고 싫다. 그저 방바닥 뜨끈하게 데우고서 맵고 얼큰한 찌개에다 소주 한 잔 마시고, 땀이나 흠씬 흘리면 딱인데 말이다. 뼈마디는 여전히 쑤시고 콧등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후둑 거리는 빗소리에 숨어 울었다. 듣는 이도 없는데 어쩐지 숨어야만 할 거 같았다. 행여라도, 혹시라도 하는 마음. 또 누가 알까? 귀 밝은 쥐 한 마리 동네방네 소문이라도 낼지? 산다는 거 다 그런 거야? 주문을 뱉어도 외롭고 서글픈 마음은 그대로다. 위로가 되지 못하는 말 따위야 어차피 독백일 뿐이다. 듣는 이 없으니 방백도 되지 못하고....

따끈한 쌍화탕이라도 한 병 사야겠다. 오늘 하루는 또 얼마나 길고 힘드려는지 걱정이 앞선다.

아, 정말 이 길이 도살장 가는 길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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