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그런 거 같다. 토요일이면 길게 늘어선 줄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로또 명당에 몰려드는 마음. 뻔히 안 될 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소위 로또 명당엔 줄이 늘어선다. 현실이 눅눅하게 젖어드니 한 줌의 볕이 필요한 거다. 길고 지루한 장마에 갇혔다가 반짝 내미는 그 한 줌의 햇살이 로또로 몰려가게 하고, 달콤한 꿈을 꾸게 한다.
그런 거지.
"나라고 되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겠어?"
맞아. 그런 법은 세상천지에 없다. 다만 그 확률이란 게 산술적으로 800만 분의 1이라고 했다던가? 마른하늘에서 떨어지는 날벼락을 맞을 확률보다도 낮다고 해도 마찬가지 일 터다. 막연하고 허무한 꿈이라 하더라도 거기에 기대 현실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을 수만 있어도 행복이니까.
0.01%의 가능성을 놓지 못하는 것도 그렇다. 확률과 가능성을 이미 떠난 숫자다. 가슴 한편에 남겨놓는 불씨다. 다시는 황닥불로 타닥이지 못한다고 해도 놓지 못하는 꿈이다. 99.9%의 불가능은 내 선택이 아니다. 감당해야 하는 현실임엔 분명하지만 선택의 몫은 없다. 오히려 스스로 부여잡은 마지막 지푸라기가 나의 몫이다. 꿈이란 그런 거다.
똑똑똑 떨어지는 빗소리에 눈을 떴다. 잠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 빗소리를 듣고 있자니 시계의 초침 소리 마냥 일정하고 경쾌하다. 가벼운 걸음으로 산책이라도 하듯, 아니면 첫 데이트의 설렘으로 들뜬 걸음일 수도 있겠다.금방이라도 푸른 하늘의 한 점 흰구름이 된다고 해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들뜸이 스몄다고 생각했다. 참 별일이다. 내리는 것들을 바라보며 늘 느꼈던 감정은 슬프고, 우울한 그런 거였는데 어쩌자고 오늘 이 들뜸을 느낄까?
늘 고배를 마셨지만 그래도 놓지 않은 꿈 하나 있었다. 남들이야 듣다 보면 코웃음 칠지도 모르겠다만, 그 웃음거리가 삶의 힘인 사람도 있다. 누구나 사는 모양새는 각자의 몫이고, 그래서 재밌기도 하지. 오늘, 일 년을 기다려온 , 그렇다고 거기에만 집중도 하지 못한 막연한 기다림의 날이 닫히는 날이다. 아니구나, 이미 닫힌 시간이다. 구차하지 않기를, 소원하면서 더욱 붙들고야 만 꿈이기도 하다. 오늘을 오늘답게 견디는 힘은 거기에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누가 뭐래도 난 그 꿈을 붙들었기에 오늘이 있기도 한데, 오늘은 그 꿈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마음이란 놈은 그랬다. 속이 시끄러워 잠을 놓치고, 의욕은 썰물로 달아나버렸다. 물결이 일 때마다 망망대해 아득하게 멀어졌다. 늘 쓴 잔을 들어야 했지만 올해는 도전마저 뜬 구름처럼 허망하구나. 일 년을 기다린 공모전인데...
마음이 혼란스러우니 모든 게 무너진다. 몸뚱이야 애초부터 그렇다 치고, 심란이 허리춤을 꺾고야 마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