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 있어야 끝이 있듯 가을이 끝났습니다. 끝과 시작이 겹치는 날들은 원래 그래야만 한다는 듯이 오락가락 비 내리고 바람은 싱숭생숭 불었습니다. 종일 내리는 빗속을 달릴 때는 그랬습니다. 구슬픈 노래가 빗방울로 내렸습니다. 거리마다 노래로 가득했지요. 애간장을 녹이는 노래였습니다. 차마 가슴 가득 담을 수가 없어 차장을 닫았습니다. 그렇다고 들리지 않을 것도 아닌데 그렇게 되더군요. 할 수만 있다면 눈 감고, 귀 닫아 세상 멀리 달아나고 싶었지만 결국 촉촉이 젖은 밤길을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사는 게 다 그렇다는 걸 모르지 않습니다. 다 거기서 거기쯤을 헤매며 고민하면서 살겠지요. 그 고단함이 없진 않겠지만 다만, 그런 게 있지요. 그 고단한 일상을 나누고 풀어줄 상대가 있고, 없고의 차이겠죠? 뭐 대단한 게 아닙니다. 말하고 들어주는 거. 입이 있다지만 돌아보니 그렀네요. 오직 먹는 일에만 쓰이는 입입니다. 웃기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처음이 있으면 끝도 있는 거야!"
그래, 그런 거야... 붓을 들고서 먹을 찍었을 때 고민이 되더군요. 망설였습니다. 뭘 쓸까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다 처음이란 말을 썼습니다. 눈에 들었으니 아른거리게 되고, 가슴에 담았으니 저릿한 마음입니다. 사실 너무 아프고 쓰립니다. 핸드폰을 들면 하루에도 수십 번 전화를 걸고 싶어 집니다. 화면 가득 키패드 띄워 놓고서 차마 누르지 못할 뿐입니다.
처음이 너무 행복했으니 끝이 이만큼 아픈 것도 당연하다 싶지요. 머릿속은 하얗고 눈 앞은 캄캄해져야 하지요. 무덤덤 그러저러라면 그동안의 타령도 한낱 거짓이겠다 싶어요. 오늘도 허망한 혹시나 하는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건듯 불어 가는 바람이 있듯 혹여라도 당신 오실까?, 하는 헛된 꿈을 새벽에 잠들면서 꿨습니다만 그런 거죠. 혹시나 하는 바람은 역시나 하는 헛됨으로 무너지게 마련이지요. 모르지 않습니다. 내가 못나서 그렇습니다. 그저 서성이게 됩니다. 그게 그렇습니다.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종종거리게 됩니다.
시작이 있으니 끝이 있겠지요.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먹먹한 가슴으론 사는 게 너무 힘들 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