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

내가

by 이봄

돌이켜 보니 그렇다.

뭐 하나 남은 것도 없고, 그러니

남길 것도 없다.

낮술에 취해 허방한 세상만 휘적거렸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오늘에라도 휘적휘적 휘청이며

살았구나?, 하게 됐으니 말이다.

나와는 무관하게 세상은 평온하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두 행복하지.

물론 다 거기서 거기쯤 고민을 달고 산다지만

그것도 그저 그대로 위로를 위한

무의미한 소음에 자나지 않는다.

하긴, 내가 속좁아 그럴 테지만 그렇다는 거야.

속이 딱 밴댕이구나 하게 되네.

얼마 전에 그런 가훈을 쓴 적이 있었다.

"어쩔 수 없지 뭐!"

뭐 이런 가훈이 다 있을까?

좀 웃기는 가훈이어서 갸우뚱했었다만

정말 그런 말이 절로 나오는 게 인생이다.

노력하면 못 이룰 일이 없다, 라던가 하는

따위의 말들이 참 많기도 하다만

실상은 그와 정반대로 흘러간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애걸복걸 매달린다고 해도 마찬가지지.

"제기랄! 어쩔 수 없지 뭐"

이런 말이나 떠드는 내가 싫다.

돌이켜보니 말이 씨가 된다고 했던가?

주절주절 입에 달고 살았구나.

3주만 지나면 이제 여기도 끝이다.

한 막을 내리게 된다.

어디로 갈까?

깊고 깊은 동굴 하나 어디에다 파야 할까?

동면에 드는 반달곰이나 돼도 좋겠지.

팔다리 끊어내어 토굴의 귀신이 된다면

차라리 '나는 내가 참 싫다'하는

이따위 말은 더는 웅얼거리지 않겠지.

12월이 쏜살처럼 지났으면 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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