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癌

스스로를 갉아먹는 날

by 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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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도 참 바쁘고 힘들었습니다.

손님은 밀물처럼 꾸역꾸역 빈자리를 채우고

마음 떠난 몸뚱이는 천 근으로 무거웠습니다.

장단 맞추듯 사이사이 배달 주문은

요란을 떨더군요.

아, 정말 우라질입니다.

그 빠르던 시간은 느려터지기가 한이 없고

이미 정 떨어진 일상은 고문과도 같습니다.

몇 년 전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하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잠자는 듯 죽었으면 하던 게 소원이던 날,

아침이면 떠오르는 해님이

얼마나 원망스럽던지 모릅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마음 떠난 일을 한다는 건 마치 암에

걸리는 것만 같습니다.

부정과 분노가 겹치고 체념과 절망이

함께 합니다.

그러다가 평온이 오면 모든 것 받아들이고

"그래, 가야지!" 하게 된다지요.

꿈을 놓고 오늘이 심드렁해지니

오늘이 별것 없습니다.

주린 배 달래려 즉석밥 하나 데우고

신선란이란 이름으로 달걀이 웃네요.

웃으니 반겨야지요.

그렇게 한 끼니를 챙기는 시간입니다.

아픔보다 더 아픈 건 정말입니다.

암처럼 우울이 몸을 무너트립니다.

꿈처럼 아득하게

눈에 선한 사람이 신기루처럼 아롱지고,

목마른 낙타 한 마리 오아시스에서

얼쩡거리듯 나는 너와의 추억 속에서

얼쩡거리고 맙니다.

얼마나 이럴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생각건대 아주 오래오래 그래야만 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죽어야만 끝날 마음입니다.

정말입니다.

나, 죽어도 그만입니다.

어차피 한 번이면 족한 인생입니다.

당신이 그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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