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기다랗다

늘어선 그림자를 보면 알 수 있다

by 이봄


길은 고무줄처럼 늘어나 배가 되었다

돌덩이 하나 갑자기 솜뭉치로 가벼워서

놀라기도 하게 되는

본성의 무너짐엔 언제나

'마음'이란 형체도, 본질도

채 알지 못하는 놈 하나 얹혀 있다

어디에 있는지

머리에 존재 하는지

가슴에 자리 했는지

때로는 깨질듯 머리를 쥐어짜고

때로는 가슴이 아려서 잠 못 이루는

'마음!'

그래서 거리는 늘어나고

그래서 정해진 시간은 깨어지고

그래서 무게는 쇳덩이가 순간 솜털이

되어지는 변화무쌍....

.

.

IMG_20160903_141540.jpg

.

.

오늘도 나는 그래서

늘어난 팬티 고무줄 거리를 째려보면서

그래, 마음이 이미 그랬으므로 어쩔 수

없는 거야,를 주절거려도

역시나 기다랗다

까치발로 서성이는 누구의 그림자일까?

굳이 알아야 할 이유도 없다

도토리 키재기로 고만고만

올망졸망 깜박이던 녀석들

갑돌이가 갑순이를

마음에 품었던 그날에 갑돌이의 그림자는

서넛의 뼘 훌쩍 자라 마을 어귀를 서성였다

기다림은 그렇다

삼라만상 타고난 성품마저

혼돈의 구렁텅이로 몰아가는 힘이 거기에 있었다

오시는 걸음은 잰걸음으로 총총여도

기다리는 마음은

거북이 졸며 뛰는 경주와도 같아서

아, 느려터진 그대여!

오시는가? 마시는가?

가뜩이나 늘어난 목, 자라목으로 빼어내서

십 리 밖 어디쯤을 벌겋게 보고야 말아

.

.

키다리꽃 무더기로 피는 가을

노란 꽃무덤에

긴 그림자 드리우고

나는 늘어진 시계부랄 원망하며 재촉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