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증맞은 이파리들 조막손으로 꼭 쥐고서 풍파에 맞서는 모습은 겉모습을 뛰어넘는 처연함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생각을 길어 올리는 힘이 다육이란 녀석들에겐 있어요. 척박한 환경을 이겨낸 세월은 켜켜이 몸뚱이에 새겨졌고, 진화의 힘을 온몸으로 말하고 있었지요. 가만가만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세월의 이야기가 노래처럼 들리는 것만 같아요.
이빨 빠진 머그컵에 뿌리를 내린다고 해도 투덜대거나 싫은 표정이 없지요. 옥토에 뿌리내릴 팔자였다면 애초에 오동통 건빵 같은 이파리를 매달고 있을 이유도 없었으니까요. 어쩌다 뜬금없이 내리는 빗방울에 삶을 기대야만 했던 터라서, 몸뚱이 전체를 물통처럼 변형시키고 아침 이슬 한 방울에 감사의 기도를 올렸을 녀석입니다.
하나 둘 늘어난 화분이 어느새 여덟이나 되었습니다. 더는 둘 곳도 없어서 마지막 화분이 될 테지요. 말 못 하는 녀석들이라서 같이 산다는 게 시끄럽거나 번잡한 맛은 없겠지만 그거 아시나요? 가끔은 머리에 꽃 한 송이 꽂고서 주절 거리기도 해요.
"얘들아, 잘 잤니? 오늘은 날씨가 참 좋아"
인사도 하는 걸요. 혼자 산다는 건 가끔은 소금 한 줌이 필요하기도 하지요. 싱거운 내가 거울 속에서 웃고 있거든요.
뜬금없는 빗방울도 없고, 아침 이슬도 없는 방에 터를 잡았으니 애지중지 돌봐야만 합니다. 목이 마른 지? 햇살은 충분한지? 들여다보고 어루만져야만 하는 녀석들이라서 감사한 생각이 듭니다. 내 손길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 있다는 게 행복한 일이지요. 더는 내게 기대는 것들이 없다는 건 서글픈 일이거든요. 마치 잉여의 삶을 사는 느낌이랄까요. 돌봄이 필요한 녀석들이 창가에 옹기종기 앉았습니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내가 웃음 짓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