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뜨고 날 밝으면

by 이봄

모래 알갱이 두엇 머리에 이고 서릿발 일어서면 흙마당 그늘진 언저리는 반 뼘쯤 키를 키웠다. 누굴 기다리려 목을 길게 빼었는지 까치발로 일어선 서릿발은 우두둑우두둑 겨울로 울었다. 밟히고 부서져 요란을 떨다가 운 좋게 살아남은 녀석들도 결국은 중천에 해 뜨고 온기를 더하면 무너지는 건 순간에 불과했다. 풀썩 머리에 이었던 모래가 내팽개쳐지면 까치발로 일어섰던 그리움도 못내 고개를 떨구게 마련이었다.

삭풍이 불어 가는 밤이면 모든 게 꽁꽁 얼어붙어 대걱 거렸지만 석 달 열흘 이빨을 드러내고 야단을 떠는 건 없어서 낮이면 얼었던 눈이 녹아 처마에 고드름 몇 개 만들었다. 마치 일각고래의 긴 엄니처럼 얼다 녹다를 반복하며 고드름이 자랐다. 그래서 그런가 고드름은 울퉁불퉁 마디를 만들며 자랐고 햇살 쏟아지는 낮이면 사방팔방 화살 같은 햇살을 쏘았다. 무덤덤 색깔을 걷어내고 사납게 불어 가는 바람으로 요란을 떤다고 해도 어느 한 구석에는 고드름이 반짝이고 서릿발이 동구 밖을 기웃거렸다. 그대가 더욱 그립고 소중한 것은 겨울이 주는 덤 일지도 모르겠다. 생각만으로 몸이 데워지는 마법이 네게 있으므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짜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