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by 이봄

먼 산 골짜기에 잔설이 녹으면 돌돌돌 개울물은 소리를 높였다. 때로는 흙탕물로 수위를 높였고 때로는 버들개지 낭창거리는 바람으로 그리움 뭉터기로 쌓아 올렸다. 행여나 개울물 너머 그대 오시려는가 목을 길게 늘이다가 첨벙첨벙 징검다리 몇 개 던져놓고는 철퍼덕 주저앉아 아지랑이를 보는 봄. 신기루 같은 세상 향기롭게도 피었다. 반짝이는 햇살 양쪽 날개 가득 싣고서 까불대던 나비는 어디로 갔을까.

또르르 먹물 접시에 따르고 바짝 마른 붓 하나 흥건하게 적시고는 되도 않는 말 한 줄 주절거렸다. 닭이 우는 酉時는 까마득하고 해는 중천에 떠 째려보는데, 마시지도 않은 탁배기 한 잔에 벌겋게 취기가 올랐는가. 휘적휘적 갈지자걸음 걷듯 돌돌돌 개울물에 첨벙첨벙 돌다리 하나 그려 넣었다. 검은 바둑돌 세상을 읽는다고 붓끝에 매달린 돌다리는 세상을 향해 던지는 돌팔매 하나. 돌멩이 툭 떨어진 자리에 꽃다지 노랗게 꽃을 피우려무나. 봄꽃 지천으로 피기도 전에 봄맞이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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