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는 꾸물꾸물 어둠이 내리더니 철퍼덕철퍼덕 진눈깨비가 내렸습니다. 나비 날 듯 내리는 눈은 오는지 마는지 알 수도 없게 나풀거리더니만, 미운 놈 하는 짓은 어찌나 얄궂던지 성난 도깨비 난장을 치듯 요란을 떨더군요. 그러게 왜 떡 하나 더 손에 쥐어줬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철퍼덕 길에 주저앉아 떼쓰는 아이에게 필요한 건 떡이 아니라 회초리를 따끔하게 안겨줘야 합니다. 오냐, 오냐! 응석받이로 자라난 놈은 결국 칼자루 하나 단단히 틀어쥐고서 때도 없이 발버둥을 치고야 맙니다. 그러니 반기지도 않는 눈이 연이어 떼를 씁니다. 장난감 하나를 붙들고서 발버둥에다 눈물범벅 볼썽사나워도 떡에 길들여진 아이는 눈을 피해 싱긋 웃음을 짓지요. 반갑지 않은 눈이 내렸습니다.
먹장구름 몰려오고 어쩐지 부는 바람이 포근했던 날에 창가를 서성거렸지요. 눈이 올 것만 같아서 시선을 떼지도 못했던 날입니다. 가을에서 이어진 가뭄은 겨울이 깊어지도록 함박눈은커녕 싸라기눈 하나조차 구경할 수 없었던 그 겨울엔 '오시어요 오시어요!' 빌고 빌어도 코빼기조차 보지 못했지요. 내 마음이 간절하지 못했다 한 발 물러선다고 해도 그렇습니다. 귀 따갑게 칭얼대는 게 귀찮아서라도 한 번쯤은 눈 비슷한 거라도 내려줬다면 좋았을 것을.
물으면 대답해주세요. 청하면 한 번쯤은 걸음 해 주세요. 부르지도 않은 날에 무슨 억하심정 있다고 불청객으로 오시는지 얄궂습니다. 철퍼덕 요란스레 떨어진 눈이 채 녹기도 전에 언 눈 위로 다시 눈이 내립니다. 한 번 들러붙은 눈은 빗자루에도 쓸리지 않고 진드기처럼 매달렸습니다. 끈적끈적 질척대는 꼴이 사납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