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 추워라

by 이봄

주목나무 빨간 열매는 흰 눈 하얗게 이고 지면 비상등 깜빡이듯 더욱 눈에 띄었다. 겨우내 내린 눈은 푹푹 발목을 잡았고, 불어 가는 칼바람은 총총한 날것들의 깃털을 헤집었다. 겨울이었다. 한 뼘 날개조차 힘차게 퍼덕이지 못하는 계절은 굶주림의 시간이었고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떫고 달큼한 열매 몇 알 목구멍으로 넘기며 새는 울었다. 고맙고 서러워 콩알만 한 주목나무 빨간 열매가 목구멍을 턱 하니 막아섰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을 버틴다던 나무는 다독다독 열매 한 알 내주었다.

마른 골짜기에 축축이 바람이 불고 덩달아 뽀얀 버들개지 멍멍멍 짖기를 기다렸다. 기다려 맞은 봄은 잠망스러웠다. 살아남은 것들의 두 눈은 반짝거렸고 몸짓은 잔나비처럼 재빨랐다. 날것들은 물 찬 제비처럼 허공을 날다가도 때로는 햇살 한 줌에 까르르 배꼽을 잡았다. 한갓지게 맞는 봄날은 그래서 웃고 울었다. 지친 날갯죽지 잠시 접어서 좋았다. 겨울은 추워서 겨울이려니 침 한 번 꼴깍 삼키거라. 서럽지 않던 날이 얼마나 될까 싶다가도 가슴 먹먹하게 구름이 들면, 우러라 우러라 새여. 널라와 시름한 나도 자고 니러 우니노라. 맞장구치는 말이 못내 부끄럽다만 어이하랴. 울다 웃고, 춥다 포근해지는 게 사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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