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다, 福 받아라

by 이봄


꼴깍 숨 넘어가듯 마른침 삼키고 돌아본 한 해는 탈도 많고 허물도 많았어라. 딱히 뉘라서 드잡이를 할 수도 없어 그저 허허

헛기침에 겸연쩍어할 밖에 없나니. 고놈 참 뉘 집 아해인지 날다람쥐가 따로 없네. 가는 세월에 오는 세월이 쌍둥이었는지 눈은 침침하여 헷갈리고 하도 재빨라서 가늠하기 어렵더니 산마루에 걸터앉아 손을 흔들고야.

그래, 가거라! 이왕지사 가는 길이니 멀리멀리 아득하게 멀어지기를 두 손 모을 테고, 거기다 부탁 하나 하자 하면 사납고 모진 것들 너의 너른 등짝에 이고 지고 가려무나. 서운하고 얄궂던 마음 곱게 곱게 접고 접어 아궁이에 황닥불로 태울지니 부디 마다 말고 그리 하여주게. 산마루 넘는 네게 소원하나니.

봄이 지천에 흐드러지면 진달래꽃 덩달아 무더기로 피었다지. 발그레 부끄럽게 꽃송이 피어나면 계집애는 쪼르르 동산에 올랐다나.

"순이야, 순이야? 너 어디 가니?"

묻고 물으면 계집애는 겨우 겨우 입을 뗐다.

"바보. 그것도 몰라? 저기 저 참꽃 따러 뒷동산에 간다"

포르르 참새 날아가듯 계집애는 말 하나 겨우 남기고 폴짝 자리를 떴다.

아직도 골짜기 깊은 골엔 호랭이가 무섭다 하더라만 그러거나 말거나 계집애는 꽃무더기로 사라졌다. 곶감 몇 개 챙겼을까. 콩고물 고소한 떡이라도 챙겼을까. 떡 하나에 한 골짜기 곶감 두엇에 한 골짜기 허위허위 넘을 것을. 그깟 참꽃에다 화전이 뭣이라고 호랭이 무서운 동산에 가자 더냐.

그랬으면 좋겠나니.

이빨 사납게 드러낸 호랭이한테도

"옛다, 떡보다 맛난 福 받아라!"

두루두루 나누고도 몇 개쯤 남을 福이나 따고 지고.

"순이야? 참꽃 같은 福 아름 따고 오시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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