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깍 숨 넘어가듯 마른침 삼키고 돌아본 한 해는 탈도 많고 허물도 많았어라. 딱히 뉘라서 드잡이를 할 수도 없어 그저 허허
헛기침에 겸연쩍어할 밖에 없나니. 고놈 참 뉘 집 아해인지 날다람쥐가 따로 없네. 가는 세월에 오는 세월이 쌍둥이었는지 눈은 침침하여 헷갈리고 하도 재빨라서 가늠하기 어렵더니 산마루에 걸터앉아 손을 흔들고야.
그래, 가거라! 이왕지사 가는 길이니 멀리멀리 아득하게 멀어지기를 두 손 모을 테고, 거기다 부탁 하나 하자 하면 사납고 모진 것들 너의 너른 등짝에 이고 지고 가려무나. 서운하고 얄궂던 마음 곱게 곱게 접고 접어 아궁이에 황닥불로 태울지니 부디 마다 말고 그리 하여주게. 산마루 넘는 네게 소원하나니.
아직도 골짜기 깊은 골엔 호랭이가 무섭다 하더라만 그러거나 말거나 계집애는 꽃무더기로 사라졌다. 곶감 몇 개 챙겼을까. 콩고물 고소한 떡이라도 챙겼을까. 떡 하나에 한 골짜기 곶감 두엇에 한 골짜기 허위허위 넘을 것을. 그깟 참꽃에다 화전이 뭣이라고 호랭이 무서운 동산에 가자 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