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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위

by 이봄


꽃단장 정성을 쏟고 다소곳이 너 앉아 있었다. 그런 너를 보며 바람은 샐쭉 토라져 불었다. 너는 행여나 지나칠까 빨간 꽃불 밝히고서 전전긍긍 아양을 떨었다. 콧소리 섞어가며 어찌나 몸을 배배 꼬던지 지켜보는 나는 눈꼴이 사나웠다.


어디 예쁜 구석이 하나라도 있다던가 째진 눈을 치켜떴다만 도통 나는 모르겠다. 떼거지로 몰려다니며 감 놔라 배 놔라 어깃장으로 날이 저물었다는 불한당이 따로

없었는데도 너는 분칠도 곱게 단장하는 번거로움을 결코 마다하지 않았다.

백옥 같은 호리병에 산사나무 붉은 열매 술을 빚어 따라 내면 발그레 얼굴을 붉혔다지. 부끄러운 마음 서리서리 묻어 두고 옷섶을 파고드는 붉디붉은 너의 유혹 촛불처럼 흔들렸다. 겨울이었다. 문풍지 사납게 떨면 우수수 별이 떨어졌다.


된 서리에 물러진 아가위 종댕이 가득 따다 놓고 우물우물 오물오물 씹다가 퉤퉤 씨를 뱉던 겨울은 빈 들에 바람만 불었다. 주린 배 끌어안고 떼로 달려들던 어치란 놈들 게걸스럽기도 했다. 눈밭에 아가위 붉은 열매는 등대처럼 새들을 불러 모았다.


또르르 먹물 한 방울 나뭇가지 그리고서 붉은 물감 붓에 묻혀 아가위 열매 넉넉히 그리었다. 유혹의 몸짓 절절하게 겨울을 건너 거라 말도 잊지 않았는데 정작 나는 누구를 유혹할까? 연지곤지 붉게 찍고 너는 어느 날짜에 오시려는가 묻게 되는 날에 바람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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