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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

by 이봄


초승달 곱게 뜨면 괜스레 가슴이 뛰었다. 바짝 마른 무명천 다듬이돌에 곱게 펴고 물 한 모금 입에 물고 푸 뿜어내던 기다림까지 설레었는지도 모른다. 콩닥콩닥 두근대는 마음 행여나 들킬까 안달이 나는 초승달 곱게 뜨는 초저녁을 서성거렸다.

초승달 바쁜 걸음이야 잰 며느리가 붙들고서 길삼을 삼았다 했다던가. 이른 저녁상 바삐 물리고서 해넘이 붉게 타던 서쪽 하늘 물색없이 기웃대면 빼꼬미 내민 얼굴 파르라니 곱다던가. 찌르르 떨리는 가슴에 곱게 달 떴다. 초승달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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