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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by 이봄


밤새 뒤척였나 봅니다.

어둠이 미처 달아나기도 전에

두견새가 오지랖을 떨어 울었습니다.

뭔 바람이 불었는지 까치가 울고

벙거진 꽃들이 웃었습니다.


빨래터 아낙네들 흠씬 두드려

빨래를 하고 두들겨 맞은 빨래는

속도 없이 바람에 나부낍니다.

이웃집 사발 몇 개가 쨍그랑 깨졌습니다.

자지러지는 봄날입니다.

두견화가 피었습니다.

마른 흙바닥에 썼다 지운 이름

반들반들 윤이 납니다.

굽은 산길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하루가 잔뜩 굽었습니다.


杜鵑酒 한 사발에 취했다 나무라지 마셔요.

취하기라도 했으니 견디었구나!

칭찬이라도 해 주셔야지요.

그리움 끝에 두견이가 울고 나도 울어요.

두견화 피는 날 하루는 길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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