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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by 이봄


신작로 너른 길을 달렸다.

굴렁쇠 하나에 막대기 하나

보물이라도 되는 양 곁에 끼고서

씽씽 바람으로 뛰었다.

뉘엿뉘엿 해가 기울고

집집마다 허연 연기 머리를 풀어헤치면

"얘들아? 그만 밥 먹어야지...."

뿔뿔이 흩어질 때도 바람이 불었다.

뭐가 그리 좋았나 모른다.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도 모른다.

흙먼지 잔뜩 뒤집어쓰도록

바람처럼 뛰었다.

활처럼 휜 바람이 불었다.

튕겨진 바람은 화살로 날아들었다.

피할 길 없어 두 눈을 꼭 감았다.

열어젖힌 가슴에 화살 몇 개 꽂혔다.

굴렁쇠보다 더 값나가는 것

잔뜩 손에 쥐고도 심드렁 뿔이 났다.

씩씩 콧바람을 뿜었다.

힐끔힐끔 가자미눈으로 곁눈질을 했다,

뭐가 그리 못마땅했을까.

툴툴 내민 입에 바람이 불었다.

잔뜩 휜 바람이 스친 자리엔

하얗게 머리카락이 샜다.

연신 바람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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