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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고 쓰고 떫은 삼시 세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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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Mar 30. 2023
신작로 너른 길을 달렸다.
굴렁쇠 하나에 막대기 하나
보물이라도 되는 양 곁에 끼고서
씽씽 바람으로 뛰었다.
뉘엿뉘엿 해가 기울고
집집마다 허연 연기 머리를 풀어헤치면
"얘들아? 그만 밥 먹어야지...."
뿔뿔이 흩어질 때도 바람이 불었다.
뭐가 그리 좋았나 모른다.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도 모른다.
흙먼지 잔뜩 뒤집어쓰도록
바람처럼 뛰었다.
활처럼 휜 바람이 불었다.
튕겨진 바람은 화살로 날아들었다.
피할 길 없어 두 눈을 꼭 감았다.
열어젖힌 가슴에 화살 몇 개 꽂혔다.
굴렁쇠보다 더
값나가는 것
잔뜩 손에 쥐고도 심드렁 뿔이 났다.
씩씩 콧바람을 뿜었다.
힐끔힐끔 가자미눈으로
곁눈질을 했다,
뭐가 그리 못마땅했을까.
툴툴 내민 입에 바람이 불었다.
잔뜩 휜 바람이 스친 자리엔
하얗게 머리카락이 샜다.
연신
바람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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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보글보글 찌개가 끓고 양념같은 이야기들 곁들이는 것. 삶은 그런 거야. 글 송송 캘리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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