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by 이봄


야트막한 동산에 조그만 절집

한강을 굽어보고 있었다.

대웅전 앞마당을 둘러싼 벚나무

풍경처럼 바람에 흔들리고

댕그렁댕그렁 꽃이 피었다.

말없이 강물이 흘렀다.

바라보던 반백의 남자도 입을 다물었다.

곁에 앉은 여인도 말을 줄이고

그때 벚꽃 잎 몇 잎 바람에 나부꼈다.

남쪽에서 시작된 비가 북상을 하고 있었다.

숨을 몰아 피워낸 꽃잎이 찬란하였다.

늙은 벚나무의 화려한 하루였다.

서성거렸다.

꽃그늘에 앉은 벤치에 앉아 나도 그들처럼

하염없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싶었다.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는 그들을 기다리며

작은 절집을 둘러보았다.

봄이 한창이었다.

잠시 목탁을 내려놓은 스님의 손에는

한껏 여문 봄이 한 움큼 쥐어져 있었다.

가시 사나운 엄나무 새순을 따고 있었다.

심다 만 꽃모종이 비탈길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졸았다.

산으로 이어진 오솔길의 끝에는 개나리가

노랗게 피었고 그 사이를 비집고

진달래도 곱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비가 온다는데 봄가뭄에 산불이 나고

어디는 마실물도 없다던데

고놈의 꽃이 뭐라고 아까워 바라보았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 앉아

말을 아껴가며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나풀나풀 꽃잎이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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