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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May 02. 2023

5월


젖무덤 닮은 산자락이 흐르고

올망졸망 물가에 기댄 버드나무

하품처럼 잎을 틔웠다.

포르르 종달새가 날고

구구구구 멧비둘기가 종일 울었다.

진달래가 피었다 지고 난 자리에

산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었다.

도란도란 물빛이 짙어지면

튀밥 같은 조팝나무 흰꽃이 피었다.

곯은 배 원 없이 먹이고 싶었는지

이팝나무꽃 주발 가득 피고 지면

밭고랑 같은 그리움 켜켜이 밀려들었다.

못자리 어린 모는 한 뼘 키를 키웠는가

묏자리 푸른 잔디 몇 지게를 이고 지고

어미는 꽃상여로 떠나셨다.


개구리 한 마리 퐁당 뛰어들면

동글동글 물 이랑 끝도 없이 일어섰다.

주름살 같았고 밭고랑 같았다.

굵은 땀 몇 되나 흘리셨을 그 이랑 끝에

옅어지지 않는 그리움이 매달렸다.

5월의 찔레꽃 무덤처럼 피고 지면

목구멍 가득 찌르르 소주 한 잔 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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