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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May 27. 2023

오늘만이라도...


고마운 아침이다.

아침에 눈을 떠 새로운 하루를 만난다는 게 고맙다. 늦잠을 자다가 헐레벌떡 깨었음에도 떠나지 않고 기다려준 것만 같아서 더욱 고맙다. 어깨를 흔들어

"그만 일어나야지?"

나지막이 속삭이는 것들이 곁을 서성거렸다. 참새가 울었고 먼저 아침을 연 이웃이 달그락달그락 밥상을 차리고 있다. 어디 먼 길이라도 떠나려는지 자동차의 엔진음이 떼쓰는 졸음을 쫓았다.

고맙고 감사한 하루다. 맑은 하늘이면 맑은 하늘대로, 흐린 날이면 흐린 날대로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손꼽자면 밑도 끝도 없다. 발에 차이는 것들 모두가 나의 하루를 채우는 존재들이다. 굳이 이유를 골라 들이밀 것도 없다. 보고, 느끼고, 만져지는 것들이 그렇다. 내가 있어 그것들이 존재하는지? 그것들로 해서 내가 존재할 수 있었는지? 따따부따 선과 후를 따질 이유도 없다.

미안한 아침이다.

나 하나 하루를 열자고 흩어진 것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먹고, 마시고, 숨 쉬는 것 하나까지 미리미리 내가 준비한 것은 없다. 손 닿을 그곳에 그것들이 있었을 뿐이다. 내민 내 손은 도둑의 손이었을까? 미안한 마음 가슴 한 편에 모셔두고서 정중히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해야만 한다. 나 하나 살자고 스러지는 숱한 생명을 당연하다 말하지 말자.

애써 덮고 가려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 있다면 덮고 가려도 좋다. 다만, 마음 한 구석에는 살기 위해 짓밟는 생명에 일말의 미안함을 갖어야만 한다는 거다. 미물이라서 멸시받고 천대받을 이유는 없다. 누가 주었던가? 너는 그래도 된다는 만능의 권리를 누가 과연 내게 주었던가. 그런 게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가? 너는 봉사하고 그것도 목숨 바친 봉사를 해야만 하고, 나는 한껏 거들먹이며 당연함으로 소비할 권리는 애초에 없다. 생명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에 다름없다.

그러니 미안하고 고마운 일이다.

눈을 떠 하루를 연다는 것은 그런 거다. 이불을 벗어나지 못하고 뒹굴뒹굴 뒹굴이 놀이에 빠진다는 것도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뜨겁게 달궈진 핸드폰 너머의 너는 또 얼마나 어여쁜 일인지 모른다. 고맙다고 말했다. 감사하다 말을 했다. 차고 넘치는 그 말들을 오늘 아침에는 나를 감싼 모든 것들에 하고 싶다. 손톱만큼이라도 남어있는 나의 염치다. 오늘 만이라도 그래야만 할 것 같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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