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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Jun 02. 2023

신기하기도 하지?


방바닥에 배를 깔고서 가갸거겨고교....

몽당연필에 잔뜩 침을 묻혀가며

아야어여오요.... 꾹꾹 눌러쓴 글씨는

삐뚤빼뚤 지렁이 한 마리 기어 다니고

그래도 끝내 이름 하나 그려놓고서

"엄마? 이게 제 이름이래요!"

어찌나 신기했는지 모릅니다.

공책이 뚫어져라 쳐다도 보고

배가 뜨끈해지도록 눌러쓴 글씨가

강아지처럼 겅중겅중 뛰었습니다.



가갸거겨고교.... 처음 글을 배우듯

눌러쓴 이름 하나 신기하기도 하지?

하늘에서 뚝 떨어졌나?

땅에서 불쑥 솟아났나?

아야어여오요.... 소리 내어 눌러쓴

이름 하나가 환하게 웃었습니다.

더는 삐뚤빼뚤 기어 다닐 일 없다 했더니

콩닥콩닥 뛰는 가슴이 그 모양입니다.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신기하기도 하지?

가만가만 어루만졌습니다.


꾹꾹 눌러쓴 이름 하나 바라보다가

어찌나 신기했던지 웃었습니다.

덩달아 꽃들도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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