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맴맴

by 이봄


매미가 울었다.

여름 한철 귀 따갑게 매미가 울었다.

땅속에서 몇 년 굼벵이로 꿈틀대다가

겨우겨우 날개 달고 하늘을 나는 까닭은

암컷과의 사랑이 전부.

보름 남짓 짧은 매미의 삶은 그래서

귀 따갑게 울고 또 운다.

맴맴맴? 맴맴!

보셔요? 제발!

아는 말이라고는 오직 맴맴맴

뜨거운 여름 그보다 더 뜨거운 매미의 고백.

시끄럽다 타박을 마라.

뜨겁고 시끄러워 봐야 보름이다.

느려터진 굼벵이

어쩌자고 떠남은 그리도 빠른 겐지

맴맴맴 목청 쉬게 울고 또 울었다.

보셔요? 보시어요?

매미 같은 사내가 운다.

여름 한철 울다 가는 매미와 뭐가 다를까.

어여쁜 너 눈에 담았으니

부르고 또 부를 밖에.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노래 부르다가 여름이 지고

풀풀풀 꽃잎 지듯 너도 지고 나도 지고.

매미 울듯 사내가 운다.

은경아? 사랑해!

뜨거운 사랑도 기껏해야 보름 남짓

매미나 사내나 여름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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