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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 더워라!

by 이봄


아침 출근도 하기 전에

"섭씨 35도 이상 폭염이 예상되오니...."

협박 같은 문자가 날아들더이다.

도가니에 힘을 쏙 빼는 말에

아이고 세상에나!

터덜터덜 시작한 하루가 솥뚜껑 위의

삼겹살처럼 뒤집고 모로 눕고

노릇노릇 바짝 구워진 여름에다가

생마늘 한쪽 고추장에 찍어두고

깻잎 한 장 서리서리 펼쳤다나 어쨌다나.

겁먹은 똥개처럼 꼬리 잔뜩 말아두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휴 한숨 한 번 몰아쉬고

불볕더위야 위풍당당 거들먹댔다.

덥다 덥다 주워 삼켜봐야

서걱서걱 바람이 불 것도 아니라서

까짓 거 더워봐야 한낱 여름이지.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 짭조름 흐르고서

오매, 더워라!

삼복더위 매섭던 날 늘어진 호박잎처럼

축축 늘어진 녀석 정자 난간에 기대고서

어여뻐라 그대! 동동 떠올리고

그래봤자 여름날 중 하루려니

으쌰으쌰 힘도 한 번 내어보고.

나는 그저 어여쁜 그대 생각 하나로

헛웃음 한 번에 기지개 한 번....

허위허위 걷는 길의 끝에는 항상 그대

하여 나는 행복한 남자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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