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입이 정말 삐뚤어졌는지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날씨가 끄물끄물한 오늘이라서 조석으로 부는 바람이 선선해졌는지도 확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단지 처서라는 절기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그랬으리라 하는 기대감이 들더군요. 그동안 겪어본 바로도 확연히 달라지는 계절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지요. 비지땀을 흘리면서 언제 가을이 올까 학수고대했습니다. 하도 맹렬한 더위라서 가을이 오기는 하는 걸까 반신반의하기도 했지요.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기억입니다. 오기는 하였네요. 오락가락 비마저 내리는 날이라서 벌써 가을이구나! 설레발을 떨 지경입니다.
베짱이와 귀뚜라미가 울기 시작한 건 벌써 꽤나 지났습니다. 떠남을 슬퍼하는 매미가 한낮의 졸음에 시비를 걸기도 합니다. 곁에 있던 쓰르라미도 멱살을 틀어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요. 그렇지만 녀석들도 모르지 않습니다. 모르지 않으니 목청을 높여 삿대질을 해대는 거겠지요. 오는 게 있으면 그 이면에는 떠남의 안타까움이 있게 마련인가 봅니다. 세상 모든 것이 그렇더군요. 동전의 양면입니다.
부러진 다리는 어떤 이면을 짝으로 숨기고 있을까요. 그저 그건 이면이 없는 단순한 사고에 지나지 않을까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세옹의 말처럼 무슨 거대한 사건의 흐름을 부르는 단초는 아니겠지요. 목발을 의지해 단지 먹고사는 일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휴~ 한숨을 내쉬게 됩니다. 코딱지만 한 원룸에서 주방과 화장실을 오가는 것도, 빨래 몇 개 세탁기에 넣고 돌리는 것도 큰 행사가 되었습니다. 웃기는 게 탈수가 끝난 옷가지를 꺼내 탈탈 털어 너는 것도 그만두었습니다. 한 발로는 균형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빨래를 털어 구김을 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하게 되네요. 발목이 멀쩡하다면 결코 느끼고 체감할 수 없는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였습니다. 좀 진부한 얘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장애인들의 고단하고 불편한 일상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건물을 오르내리는 계단이, 그 계단을 오르내리는 행위가, 목숨을 담보해야 할 만큼 위협적이고 위험한 일인 줄 몰랐습니다. 식은땀이 나더군요. 심호흡을 크게 몇 번을 하고서야 겨우 걸음을 떼게 됩니다. 온 신경을 집중해야만 하고 온 힘을 다 쏟아야만 합니다. 그럼에도 순간적으로 휘청이게 되면 모서리모서리 온갖 사나운 것들이 일제히 달려들고야 맙니다. 가슴이 울렁거리고 등골이 서늘해지더군요. 계단 몇 개 오르내리는 데에 마음을 다잡아야만 합니다.
"아, 젠장! 죽을 뻔했네."
오금이 저리고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욱신욱신 간질간질, 이런 난리가 또 없습니다. 잔뜩 부어오른 다리를 진정시키려면 얼음찜질이 최고라고 했습니다. 절개하고 꿰맨 상처를 빨리 낫게 하려면 찜질을 열심히 하라더군요. 말 잘 듣는 착한 어른입니다. 누워있는 시간 대부분을 찜질을 하며 보냈습니다. 이삼일에 한 번 들르는 병원에서 그러더군요. 상처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칭찬을 합니다. 찜질을 열심히 했다 말했습니다. 거기까지는 흐뭇하고 좋았습니다. 아뿔싸!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한 발목이 얼얼해 콕콕 쑤시기도 하고 욱신욱신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진정이 되면 이번엔 간질간질 신경을 긁어댑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만 하는지 헷갈리네요. 그나마 많이 좋아졌다는 말에 위안을 삼게 됩니다.
베짱이와 귀뚜라미도 입을 다무는 날 쯤이면 노란 국화꽃 홀로 남아 가을을 지키고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강변 작은 커피집에 국화꽃 곱게 피고 늦은 햇살이 온기를 더하면 오늘 이 얘기들이 한낱 추억이 되겠지요. 고운 내 님 마주하고 앉아 한바탕 수다로 털어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글 몇 줄 쓰는 동안에 주룩주룩 비가 내립니다. 여전히 씩씩 선풍기도 돌아가고요. 이러니 저리니 시끄러워도 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