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방자에다 향단이까지 꿰차고서 거들먹대던 청춘이 있었어. 그만큼 거칠 것 없는 용기로 무장하고서 로시난테의 고삐를 틀어쥐었다는 얘기지 뭐. 목이 뻣뻣해지도록 고개를 젖힌다고 해도 감히 우러를 수 없는 게 왜 없었겠어. 그렇지만 그만큼 우격다짐 떼를 쓰고 싶었는지도 몰라. 못해도 청춘의 시선은 하늘에 꽂혀야만 한다고 생각했어.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시나브로 해가 뜨고 안개도 자욱하게 끼고는 했지. 등잔밑이 어둡다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더듬더듬 더듬이를 세워야만 했어. 한 걸음에 뛰어 건너던 돌다리를 두드려 건너야만 했고, 휘적휘적 허공을 휘젓는 시간이 늘어났어. 낙엽이 쌓였고 그 위에 푸른 이끼가 두텁게 자랐어. 알게 모르게 세월이 흘렀다는 얘기야.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들끓던 피도 미적지근 식어버렸고, 바위를 바스러뜨릴 용기는 어디로 도망쳤는지 코빼기도 볼 수 없었어.
"세상에 오를 수 있는 나무가 있기는 한 거야?"
누가 묻는다면 아마도 요렇게 대답할 것만 같아.
가끔은 거리에 늘어선 가로수도 꼴 보기 싫어서 땅바닥만 쳐다보게 돼. 희뜩희뜩 귀밑머리 새었으니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말수를 줄이고 입을 다물게 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일 거야. 그것마저 귀찮고 마음이 쓰인다면 나무 하나 없는 사막으로 떠날지도 모르겠어. 하기는 사막이라고 해도 오아시스 푸른 웅덩이엔 야자수 그늘 좋게 늘어섰을 텐데.... 이제는 그냥 세월에 손 내밀고 그러려니 하는 수밖에는 없는 거겠지.
"그래, 굳이 나무를 기어올라 뭘 하겠어!"
애써 아등바등 기어오르느니 차라리 시원한 그늘에 평상 하나 그림처럼 놔두고서 세월이나 낚으면 그만이야.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이미 내 도낏자루는 썩어 헐거워졌는 걸 어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