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을 끌어안고 뒤척였다. 멍하니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기도 했다. 모로도 눕고 바로 눕기도 했다. 하는 일 없다고 해도 때 되면 피곤이 몰려왔고, 몸뚱이는 그만큼 지쳤으므로 잠을 청해야만 했다. 불을 껐고 수면제로 애용하는 다큐멘터리 하나를 나지막이 틀어놓았다. 볼륨은 최대한 낮췄다. 개미가 하품하듯 소곤거렸다. 베개에 머리가 닿으면 바로 곯아떨어지는 건 아니었지만 어렵지 않게 잠들고는 했었다. 노자의 무위자연에 관한 이야기 한 토막이면 충분했다. 아, 그런 뜻이었구나 억지춘양 고개를 끄덕이다 보면 꿈나라로 빠져들었다.
평소 같으면 그랬다. 결말을 모르는 다큐멘터리가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오늘은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씨름을 하다가 자리를 털고 앉았다. 꺼졌던 불을 다시 밝히고 주섬주섬 종이도 한 장 펼쳐놓았다. 오지 않는 잠을 부르려 떼쓰고 싶지 않았다. 졸음이 눈꺼풀에 매달려 천 근의 무게를 자랑할 때까지 딴청을 피우려 했다.
막상 붓을 들고 앉으니 잡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소용도 없는 생각에 빠져 궁상을 떨었다. 남들은 곤한 잠에 빠진 새벽에 뭐 하는 짓인지? 도리질을 했다. 애써 미소 짓게 되는 생각을 부르기도 했지만 한 번 빠진 미궁은 생각보다 깊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만 어지러웠다. 자야 하는 시간에 잠들지 못하니 '초라한 밤'이다.
결국 잠들지 못했다. 137억 년 우주의 진화를 들여다보았고, 45억 년 태양계의 비밀도 훔쳐봤지만 소용없었다. 현생인류의 발자취를 따라 초원을 달렸고, 대륙의 어느 골짜기에서 저녁을 맞이하기도 했지만, 동트는 새벽닭의 울음소리에 잠들기를 포기했다. 무릎이 시큰거리도록 밤을 달려 아침이다. 초라한 밤의 끝에도 새벽이 매달렸으니 그나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