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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Dec 20. 2023

얼마나 좋을까?


몇 번이고 문자가 날아들었다.

내린 눈이 결빙되었으니 안전에 각별히

신경 쓰라는 문자를 필두로 노약자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라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지레 겁을 집어먹어 옴짝달싹 못하고

스스로 발을 묶었다.

한 줌 하늘이 눈이 시리게 파랬다.

불어 가던 바람은 바람벽에 부딪혀

댕겅댕겅 소리 사납게 부러졌다.

긴 겨울의 시작이고 동장군의 출사표였다.

구들장 끌어안고서 되도 않는 꿈을 꿨다.

그대 옷섶 파고들어 따뜻한 가슴에

코 박고 잠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슴 벌렁거리며 생각했다.

향긋한 살냄새에 정신이 아득해지도록

나는 잠을 청할 터였다.

어쩌자고 생각은 거기에 가 닿는지

원망도 하였다만 다 부질없었다.

원망의 말도 원망의 말을 부른 생각도

애당초 다 부질없었다.

덜컹덜컹 창문을 흔드는 바람이

골목을 빠져나가다 말고 댕겅 부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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