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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Dec 27. 2023

스스로 그러하게


달을 품은 냇물이 밤새 흐르고

나뭇가지에 앉은 바람은 밤새 졸았다.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만

긴 정적을 깨웠을 뿐

고요했고 평화로웠다.

관여하지 않으면 그렇게 흐르고 쌓였다.

그 틈바구니에 앉은 사람만

애달파 밤을 밝혀 서러워했다.

그냥 흐르게 두어라.

미덥지 않다 끼어들지도 마라.

못내 마음 시끄럽거든

구덩이 하나 우묵하게 파고 들어가

돌 되고 바람 될 때까지

바람벽과 친구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달 품은 냇물은 그 밤에도 흐를 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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