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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잉지 Sep 20. 2016

블랙홀

뭘 할 수 있는데?


환경은 생각의 갈래에 제법 많은 영향을 끼친다. 하여 요즘은


1. 얼마나 많은 음식이 버려지고 있는가

2. 얼마나 많은 일회용품이 무분별하게 소비되고 있는가


하는 일에 대해 자주 골똘해지곤 한다.






일하는 카페에서는 하루 동안 평균적으로 50L짜리 쓰레기통 2개를 가득 채울 만큼의 쓰레기가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주문한 음식을 남기므로 음식물 쓰레기 또한 어마어마하다. 나는 손님이 자리를 떠난 후에 비었거나 여전히 반쯤 찬 접시를 들고 키친으로 간다. 그리고 아무런 죄책감 없이 남은 음식물을 쓰레기통에 긁어 넣고 남은 커피는 하수구에 콸콸 쏟아버린다. 그러는 동안 번득번득 떠올리곤 한다. 5초에 한 명씩 기아로 죽어간다는 제 3세계의 아이들, 몇몇 사진으로 선연히 남은 그들의 모습과 그것이 대변하는 이미지.


지구의 한 구석에서 나는 오늘도 수십 리터의 음식을 버렸다. 한숨을 푹 내쉬면서도 바지런히 버리고 버리고 버리기를 반복다. 그럴 때 아귀처럼 시꺼먼 입을 벌리고 꿀떡꿀떡 쓰레기를 받아 삼키는 묵직한 검은 봉투는 마치 블랙홀 같다. 예의 까만 눈동자, 가느다란 팔뚝, 부풀어 오른 배 같은 것을 떠올리고나면 아직 식지도 않은 음식을 버리는 일은 정말로 내키지 않고 탐탁지 않다. 그러나 막상


뭘 할 수 있는데?


하는 문 앞에서 급속도로 무기력해지고 만다.












인구의 증가는 기하급수적이고 식량의 증가는 산술급수적이므로 세계의 식량난은 해소될 수 없다던 맬서스식 재난의 역설은 인지능력의 등비급수적 팽창으로 상쇄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우리는 진실로 해결할 의지를 갖고 있는가? 다.


자원과 재화의 불균등 분배로 인한 양극화 현상은 날로 격차를 벌려가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불완전함은 전에 없던 균열을 만들어내고 있다. 관대하고 이상적인 부(와 식량)의 재분배는 그저 허무맹랑한 허상인지도 모른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능력 밖의 고민은 마치 뫼비우스의 띠 같아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몇 번이나 팽개치는 동안 반쯤 포기했으면서도 끈질기게 그만두 못하고 있다.


쓰레기통은 비워도 생각은 좀처럼 비워지질 않는다.


걱정하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과

무엇도 하지 않는 모순, 모순, 모순 속에서

시름시름 앓다가

잠으로 도망가기를 여러 날.



여태까지는 스스로의 행동을 작은 시작이라 여기며 만족해왔다.

나부터 실천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은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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