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음에도 계속 걷습니다
매일 같은 길을 걸어 출근을 하고
그 길을 되돌아 퇴근을 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길이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걸음은 기계적이어졌다. 단조로운 길을 따라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노라면 습관처럼 인도의 가느다란 골목들이 떠오르곤 했다. 잔뿌리처럼 뻗어 나와 온 도시를 움켜쥔 좁은 길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선택을 요구하고, 수백 개의 새로운 장면들을 선물하곤 했었는데. 여기엔 아무리 샅샅이 훑어도 새로 뚫지 않는 이상 목적지로 향하는 다른 길이 없다. 선택의 여지없는 단 하나의 길. 괜히 거멓게 갈라진 아스팔트를 노려보자니 목구멍으로 끈적-하고 뜨거운 것이 밀려 올라오는 것 같다.
길을 잃거나, 잡생각에 푹 빠져 걸을 때면
나도 모르게 중학교 무렵 좋아했던 노래를 흥얼거린다.
우린 어디로 가는가-
우린 어디로 가는가.
곧게 뻗은 외길 끝에
목적 아닌 목적지를 보면서 어김없이 묻는다.
우린 어디로 가는가.
횡단보도를 건넌 한 뭉텅이의 사람들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각자의 길로 흩어져 갔다. 익숙한 어딘가로 향하는 일이 이리도 무섭다. 길가엔 풀꽃이 흐드러지고 있었다. 싱그러운 연초록의 새싹을 기억하는 이는 저들 중 아무도 없으리라.
아침 해를 등진 그림자가 유난히 작아 보였다.
이렇게 작은 내가,
여기에 살고 있다.
두 다리를 바지런히 엇갈려
나는 어디로 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