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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잉지 Nov 17. 2016

굳은살

삶을 담아 사람을 닮아


최근엔 손이 아주 엉망진창이다. 원래도 하루에 수십 번 씻어대는 통에 머리맡에, 가방에, 책상에 핸드크림을 쟁여놓고 살았는데 카페 일을 시작하고서 족히 서너 배는 더 씻어대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바짝 말라 갈라진 손 위엔 그대로 굳은살이 배겼다. 처음엔 오른손이 그러더니 이젠 왼손 마디마디에도 거칠고 단단한 피부가 굳게 자리를 잡았다. 무심코 만질 때마다 낯설기 그지없다. 그 이질적인 감각이 신비해서 틈만 나면 갈라지고 굳어진 손날의 결과 가뭄처럼 깊은 골을 들여다보곤 한다. 엄지로 검지를, 검지로 엄지를 쓸어본다. 백 번 천 번 만져도 익숙해질 것 같지 않은 낯선 촉감의 굳은 살을 문지르고 더듬고 굴리고 긁는다. 허- 참.



손만큼 그 사람의 현재를 잘 보여주는 곳이 또 있을까?



한창 공부를 할 때는 중지와 약지에 굳은살이 두꺼웠고, 여행을 할 때면 하루가 멀다 하고 빨래를 쥐어짜는 탓에 엄지와 검지 사이에 굳은살이 배곤 했. 그리고 매일 수백 잔의 커피를 만들게 되면 손가락 마디에 이런 모양, 이런 느낌의 굳은살이 생기는구나- 알게 되었다. 손은 언제나 삶을 닮아있다.






시간은 고스란히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으로 육체는 날을 거듭할수록 깊숙이 삶을 담는다.

결국 사람은 스스로의 삶을 닮아간다.

비로소 자신이 되어가는 것이다.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시간이 허망하게 느껴질 때,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이 한바탕 꿈은 아닐까 의문스러울 때,

먼지보다 작고 섬광보다도 짧은 찰나의 순간을 사는 스스로의 존재가 부질없다 느껴질 때,


손을 펴 열개의 손가락과 마디마디의 주름과 굳은 살을 들여다보라.



시간의 증거가

삶의 흔적이 거기에 있다.


흘러간 무형의 시간이

유형의 증표가 되어

존재의 증명으로 남았다.












낯선 손가락을 더듬으니

지금의 삶이 선연했다.


낯선 것은 손인가 삶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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