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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잉지 Mar 04. 2017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 2016)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언제나 있어왔고 여전히 존재하지만 결국은 사라져야 할 것이기 때문에.






영화는 흑인, 그리고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196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과 NASA라는 특수한 공간을 고려할 때 <차별>이라는 화두가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주요한 프레임으로 작용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이 영화는 별다른 장치 없이도 수월하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각각 실력 있는 수학자, 엔지니어, 프로그래머인 세 히로인은 차별과 편견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자신의 분야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며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 낸다. 그러나 동화 같은 결말에도 불구하고 차별과 편견이 분분한 현실은 허투루 지나칠 수 없었다.


영화는 크게 두 갈래의 차별을 조명한다. 첫째,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감수해야 하는 불평등(기회의 박탈, 사회 전체에 만연한 멸시)과 둘째, 백인들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문화로 겪게 되는 갖가지 수모. 결코 가볍지 않은 '남성 vs 여성'과 '백인 vs유색인종' 사이의 대립구도에서 합집합인 '흑인 여성'의 입지는 위태롭기 그지없다. 위협과 조롱, 부당한 대우도 배로 느껴진다. 그녀들을 가로막은 유리천장은 기어오를수록 높아졌고 화장실을 향해 800m를 달리는 해프닝은 희화화해서 그려졌음에도 전혀 우습지 않았다.



백인 남성 (내려다보고) / 흑인 여성 (올려다보는) 구조는 연출된 것일까?



권리(權利); 어떤 일을 행하거나 타인에 대하여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힘이나 자격.


근거 없는 차별에 노출된 사회적 약자가 당연한 권리를 갖기 위해 역경을 헤쳐야 한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애초에 가졌어야 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하여 전력으로 투쟁해야 하는 것은 그들이 약자이기 때문일까? 각자의 생김이 다른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면서도 피부의 색이 다른 것은 어찌하여 차별의 이유가 되는가 하는 문제는 좀처럼 이해하기가 힘들다. 모든 인종차별의 이데올로기는 잘못된 생물학적 가정에 근거하고 있으며, '다름'을 배척하는 것이 본능적인 두려움에서 기인한다면 그것은 인식과 이성으로써 극복되어야 한다.






1960년대와 같은 맹목적이고 모멸적인 차별의 행태는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지금도 차별과 억압은 공공연하다. 우리는 직관적으로 알 수 없는 지식을 교육을 통하여 배운다. 차이는 차별이 아니며, 인간은 동일하지 않지만 평등하다는 사실도 모두가 배워 깨닫게 되는 날이 올까? 변화는 너무도 미미하고 현실은 여전히 밑바닥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최근 페미니즘이나 인종차별 같은 범주의 문제가 자주 공론화된다는 것에서 긍정적 희망의 발로를 찾는다. 헌법은 1920년에야 여성에게 투표할 권리, 배심원으로 참여할 권리, 결혼 후 재산을 소유할 권리, 이혼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를 부여했다. 여성 인권 신장의 실질적 변화는 겨우 100년의 역사를 걸었을 뿐인 것이다. 더디지만 세상은 점진적으로 변화해왔고 힘겹게나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문제는 불거질 때에만 해결책에 가까워질 수 있다. 차별받는 이가 횃불을 들어야 하는 세상은 불합리하다. 하지만 감수해야 하는 모든 위험에도 불구하고 싸움을 걸어볼 가치는 충분하다.


도전하기 전에는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법이니까.












이 영화를 보고 우리가 말해야 할 것은


'여자'는 할 수 있다도

'흑인'은 할 수 있다도 아니다.


각자의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와 자격만 주어진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평등이란 모두가 동일함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특정한 개인이 속한 집단의 특성에 따라 판단되지 않아야 한다는 최소한의 도덕적 원리이며 사회의 정의다.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모두가 하나의 생명이며, 감정을 가진 개인인 동시에 존중받아 마땅한 인간이라는 것이- 같다.






*의아했던 것은 스토리의 전개에 꼭 캐서린의 재혼이 들어갔어야 하는가- 하는 점.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고 스스로를 입증해 보인 여성들을 재조명하면서도 '여자는 가정을 이루어야지' 말하는 것 같아서 불편했다. 그냥 내가 프로 불편러인지도 모르고. :)...


*주연 배우들의 옷차림이 다른 백인 직원들에 비해 유난히 화려했던 것도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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