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은 마을에선 할아버지, 할머니가 하는 작은 숙소에 머물렀습니다. 몇 번인가 방이 남았는데도 사람을 돌려보내는 걸 보니 쉬엄쉬엄 할 수 있는 만큼의 객만 받는 모양이었어요. 할아버지는 처음 만나던 날부터 절로 마음이 녹도록 헤헤, 웃으셨는데요. 그 웃음이 내겐 잘 익어 나무에서 떨어지는 살구 열매만큼 달았습니다. 나는 곧 할아버지를 ‘할아부지이-’ 하고 길게 늘여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비슷하게 게으른 식구들과 해가 중천에 뜨도록 창가에 앉아 춤추는 포플러를 바라보다가 할아버지가 소여물을 주거나, 불을 때거나, 말린 살구를 뒤적이러 뒤꼍에 오실 때마다 ‘할아부지이, 할아부지이-’ 하고 부르며 요란하게 손을 흔들었죠. 할아버지는 두리번두리번하다 우리를 발견하면 합죽, 좋은 아침이에요- 한참 늦은 인사를 건네면 또 함빡, 반질반질 얼굴을 활짝 구부려 웃으셨어요. 언제고 그 웃음을 마주하면 좁은 계단을 우당탕 뛰어 내려가 덥석, 할아부지를 힘주어 안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에는 할아버지가 먼저 창가로 와 ‘할아부지, 할아부지-’ 하고 우리를 불렀는데요, 별 거 아닌 그 일이 너무 기뻐서 나는 팔까지 휘저으며 왁자하게 웃었습니다. 아주 어린 아이가 된 것처럼 어리광 가득 섞어 볼에 쪽 입 맞추고 사랑해요, 외치고 싶은 나날이었습니다.
어쩐지 비밀에 부치고 싶은, 그러나 좋은 사람과 함께 가고 싶은 곳이 꼭 하나 더 생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