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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by 잉지


태국에 대한 환상은 전무했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왜 이곳을 향하고 있는가?


답 없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시간이 필요했다.

'함께' 떠나는 이들이 많은 기내는 소란스러웠다. 늘 외로움에 몸부림치던 나지만 순간만은 홀로 고요하기를 간절히 원했다.


몇 가지 익숙한 안내방송이 흐른 후 비행기가 활주로에 들어섰다. 가동된 공기 순환 시스템이 신선한 바깥공기를 밀어내자 뜨겁고 건조한 공기가 기내를 메웠다. 창 너머로 몸체에 비해 턱없이 작은 바퀴가 요란하게 속도를 높이는 소리가 들려왔고 곧 기체가 날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쨌든 편도 티켓을 끊겠다던 지난 여행의 다짐은 지켰네,


생각했다. 어딘가로 떠나기 시작한 이래로 어쩐지 나는 약속 같은 다짐 하나씩을 해왔다. 인도에 다시 가겠다거나 히말라야를 오르리라는 것, 미대륙을 밟아 보겠다는 따위의 것이었다. 나는 딱히 의식하지 않 내 안에 새기듯 읊조린 그 말들을 지켜왔. 그것은 비단 약속일뿐 아니라 물러설 수 없는 목표이자 희망, 삶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러니 이젠 누구든 허투루 뱉는 말이 아니라는 걸 믿어주면 좋겠다.

'See you'라고 말한 뒤엔 돌아올 거라는 사실도.













건조한 공기는 승객들의 호흡기를 순환하며 균열을 조장했다. 이따금 잠에서 깨어난 사람들은 뻐근한 목을 어루만지며 신음과 불평을 내뱉었고, 비행의 기류는 아슬아슬 해 갔다.



이 여행의 의미는 어쩌면 도피가 아니라는 것에 있는지도 몰랐다.

나는 더 이상 도망가지 않겠다. 이 길 위에서 나의 길을 찾겠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그 다짐하던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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