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는 나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용인할 수 있지만 이해할 수 없다고.
딱히 하는 일 없이 늘어져 있는 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쿠스코에서 마추픽추에 오르지 않고, 로마에서 콜로세움을 보지 않은 나에 대한 이야기다.
J는 나를 알 수 없다고도 했다.
다른 이들에게선 도피의 이유를 찾을 수 있는데 나에게선 찾을 수가 없단다.
왜 여행을 하느냐 물었다.
글쎄,
언뜻 떠오르는 것들은 묻어 두었다.
어려운 질문이다.
버스와 BTS를 갈아타고 아속(ASOK)에 갔다. 어딜 가도 그렇지만 태국에서도 심심찮게 빈부의 격차를 느끼게 되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특히 그 차이가 두드러진다. 애초에 에어컨 버스(13B)가 일반 버스(6.5B) 요금의 2배, 지하철 요금은 거리에 따라 차등 부과되지만 평균적으로 30밧을 훌쩍 넘는다. 길거리 노점에서 먹는 한 끼 식사가 40-50밧이니 한국으로 치면 체감 3-4000원짜리 지하철이랄까. 그래서 그런지 BTS역에 가면 사람들 옷차림부터가 다르다.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 사회 문제로 대두된다. 합리적인 부의 재분배라는 것이 이루어지는 날이 오기는 할까? 생각하다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역 근처에 있는 터미널 21에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 수요일은 무비데이라 100밧이면 영화를 볼 수 있다. 오예!
애초에 보려고 했던 마션(The Martian, 2015)은 시간이 맞지 않아 인턴(The Intern, 2015)을 봤다. 무려 20분이 넘는 광고가 끝나면 국왕의 영상이 마지막을 장식한다. 영화를 보기에 앞서 모두 일어서 경례를 했다. 함께 가슴에 손을 얹고 공손한 마음으로 화면을 보면서 슬몃 웃었다.
이토록 한 나라의 대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라니,
역시 사랑스럽다.
사장님은 말했다.
우리는 길 위에서 만날 때 가장 아름답다고.
J도 자주 그리 말하곤 했다.
반박의 여지없이 길 위의 사람들은 (대체로) 아름다웠다.
그 덕에 길 위에서의 추억 또한 아름다웠지.
그러나 나는,
길 밖에서도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다.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고
보면 볼수록 더 보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