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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트 Apr 19. 2018

대학교는 신입사원 양성소다



대학교는 신입사원 양성소다. 사회초년생이 되기 전 필요한 지식, 능력만을 가르친다. 더 배우는 건 안 된다. 과목도 학교가 정하지, 학생이 정하지 않는다. 학교 외 시간에 하고 싶은 걸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럴 때면 어김없이 온갖 과제와 시험기간이 다가온다. 학교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구조다. 학생들을 '우물 안 개구리’로 키우는 곳, 그곳이 바로 대학이다. 


최근 대학에서 창업하라고 권하는 건, 진정 젊은이들이 창업을 하길 원해서가 아니다. 여러 요인들로 인해 소속 학생들의 취업률이 낮아지고 백수가 많아지자, 정부와 학교가 단합해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내놓은 응급처방일 뿐이다. 한번 발을 들여서 몇개월 해보다가,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제자리로 돌아온다. 


기업이 잘 나갈 때, 즉 많은 신규 인력을 채용할 때는 정부와 대학도 기업이 하자는 대로 했다. '적당히 가르친 젊은 인재들을 사회에 내보내면, 우리(기업)가 받아주겠다.’라는 기업들의 약속에 정부와 대학도 함께 맞장구를 쳤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기업이 채용 인원 수를 줄이고, 신규보다 경력직(또는 경력직같은 신입)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적당히, 사회초년생이 될 만큼 배운 학생들은, 사회초년생으로 시작할 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대기업이 원하는 신입사원 인재는 어떤 기업에 관계없이 명확하다. 스스로 일하는 것보다 위에서 시키는 것을 잘하는 사람, 아무리 불합리한 지시나 관행이 있어도 수용할 수 있는 인내심 강한 사람, 새로운 걸 더 배우기보다 회사의 반복적인 업무 사이클을 지루해하지 않을 사람이다.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는 ‘저 이런 사람이에요’라는 것을 증명하면 된다. 학교를 열심히 다녔음을 증명하는 학점과 교환학생 경험이 있으면 되고, 다양한 조직생활을 통해 계급체계를 거스르지 않는 순종적인 사람임을 증명하는 인턴, 업무 경험이 있으면 되고, 뽑아도 나가지 않을 것 같은 평범한 가정환경과 성장과정을 증명하면 된다. 서류, 면접, 최종면접은 모두 그것을 증명하는 과정이며, 한번에 뽑기에는 민망하니까 3번 이상의 프로세스로 나눈 것뿐이다. 


대학은 애초에 산장 노동자를 뽑기 위해 만들어졌다. 오늘날 21세기 대한민국의 공장은 손으로 수작업하던 팩토리(Factory)에서 사무실(Office)로 바뀌었을 뿐이다. 대학은 솔직해져야 한다. 한 인간의, 젊은이의 완성된 삶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공장 노동자를 양성하는 집합 교육 기관임을 천명해야 한다. 자유, 정의, 공정, 평등과 같은 화려한 미사여구는 집어던지고, 솔직하게 민낯을 드러내고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 그것이 뒤늦게나마 학생들을 구하고, 또 대학이 살아남는 길일 테니까. 



공장 노동자들의 삶은 과거나 지금이나 같다 <영화 '모던 타임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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