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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트 Apr 20. 2018

'좋아하는 일'이란 없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라는 말에는 여러가지 주관적 의미가 담겨 있다. 어떤 사람은 그 일이 내 적성에 맞아서 좋아한다고 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내가 취미로만 좋아하던 것을 직업으로 가져서 좋아한다고 할 수도 있다. 때로는 실제로는 별로 좋아하는 건 모르겠는데, 남들보다 잘해서 그 일을 좋아한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라고 말하는 많은 강연자, 지식인들의 말 한마디는 '좋아하는 일'이란 무엇인지 본인들도 잘 알지 못하면서 내뱉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럴 땐 그들에게 되물어야 한다. "좋아하는 일의 정의가 뭔데요?"


사실 그들에게 되묻기 전에, 우리는 위와 같은 '좋아하는 일'의 예시들 속에서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잘 맞다'라는 것. 나에게 적성이 잘 맞고, 취미생활로 해 보니까 거부감이 없이 잘 맞고, 똑같은 노력을 해도 남들보다 더 잘하니까 그 일이 나에게 더 잘 맞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우리가 좋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모든 것들은 '나에게 잘 맞는 것'인 것이다. 그래서 잘 맞으면 그곳에 남게 되고, 잘 안 맞으면 떠난다. 남으면 계속 머물러 그 일을 계속 이어갈 것이고, 안 맞으면 이직 또는 퇴사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껏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했던 이유는, 일이나 직업의 수가 무수히 많아서가 아니라 도대체 '좋아하는 일'이 뭔지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지 몰라서였던 것이다. 좋아하는 일이란 내가 미쳐서 그것만 해서 죽고 못 사는 그런 일이 아니다. 나에게 맞는 일, 그것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다. 그리고 맞는 일을 계속 하다 보면, 더 잘 알게 되고 더 잘 하게 된다. 그래서 좋아함의 단계를 초월해, 즐기고 사랑하게 되는 혼연일체의 경지에 오른다. 좋아함도, 싫어함도 아닌, 그것이 곧 나의 전체가 되는 수준에 이르는 것이다.


말을 보지 말고, 말의 의미를 봐라. 말에 알맹이가 있는지, 그리고 그 알맹이는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지를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외침에 두번 다시 흔들리지 마라. 그것은 곧 '맞는 일을 하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나는 오늘 나에게 맞는 일을 택하고, 맞는 하루를 보내면 된다. 맞지 않으면 떠나고, 더 맞는 것을 찾아 내일을 살아간다. 지금껏 맞지 않았음을 자책하지 마라. 나에게 맞는 일, 맞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 바로 삶이다.


분명히 있다. 느껴라. 멀리서 찾지 말고, 그냥 오늘 하루 내 느낌에만 집중해라. 내 눈앞에 맞이한 모든 것들에, 내가 머리를 굴리는 그 순간에, 강의를 듣기 위해 책상에 앉아있는 그 순간에, 일하기 위해 앉아있는 회사에서의 그 하루에, 단 1분이라도 내 느낌에 집중해라. '이 일이 나한테 맞나?', '지금 이 공부가 나에게 맞나?' 그것만 생각하면 된다.


"좋아하는 일이란, 나에게 맞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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