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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트 Jun 21. 2018

나는 왜 스타벅스'만' 가는가



국내 커피 경쟁사 5곳의 매출을 합해도, 스타벅스 전체 매출에 미치지 못한다는 기사가 났다. 정확한 매출 데이터 비교는 차치하고라도, 중요한 사실은 도심 스타벅스의 막강한 영향력과 힘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점이다.


많은 전문가, 언론에서 스타벅스’만’ 잘 되는 이유를 분석했다. 입지선정의 우월함, 직영점 운영에 따른 근거리 입점제한 붕괴, 각종 쿠폰 및 할인제도의 이점 등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이들이 스타벅스 성공에 부분적으로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은 당연한 사실이겠으나, 나는 조금 더 중요한 성공 요인 하나를 다뤄보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약속’이다.


스타벅스는 손님과 많은 부분에서 보이지 않는 ‘약속’을 했다. 전국의 어떤 매장을 가더라도 동일한 서비스, 청결함, 내부 인테리어를 약속한다. 주문한 음료가 나올 때 내 이름을 부르는 점원의 문장도, 마치 이제 막 가게 문을 연 듯한 지속적인 청결함도, 비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마치 휴양지에 온 것 같은 시원함도, 내 코와 피부에 스며드는 스타벅스 커피향도, 모두 ‘철저한 약속’에 기반해 모든 매장에 적용된다.  


그러나 수많은 약속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약속은 바로 ‘손님들 간의 약속’이다. 스타벅스를 방문하는 손님들은 서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한마디 말도 나눠본 적이 없다. 그러나 스타벅스에 들어서는 순간, 그들 모두 암묵적 약속에 동의한다. 동의서는 다음과 같다.


‘나 000는 스타벅스 방문객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에 동의한다. 첫째, 지나친 소음 또는 분란을 일으키지 않으며, 주위를 괴롭히지 않고 조용히 내 할일에 집중한다. 둘째, 집에서 막 나온 것 같은 교양 없는 옷차림을 지양하고, 최소한의 옷차림을 갖춰 분위기 있는 카페를 조성한다. 셋째, 우리는 스타벅스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하며, 비록 서로 모르는 사이이나 하나의 커뮤니티로 인식한다.’


물론 지역과 시간, 여러 예외적 상황에 따라, 이같은 약속이 깨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큰 틀에서 스타벅스 커뮤니티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저 약속을 유지하는 데 충실했다.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신세계도, 그곳을 방문하는 손님들도, 모두 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것이 지금 스타벅스가 대한민국 최다, 최고 카페로서의 위상을 지키고 있는 이유다.


너무나도 많은 사회 속 변수에, 사람들은 변수가 없는 안정적 삶과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한다. 지나치게 빠른 현대 도심 속 속도전에, 제자리에 머물며 안정감을 느끼고 싶은 인간 본연의 욕구는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스타벅스. 이곳은 불안한 도시민의 쉼터이자 방호벽, 그리고 또다른 ‘집’이다. 어쩌면 집보다 더 안정적인, 집보다 더 머물고 싶은 곳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스타벅스는 유독 많은 사람들과 오기보다, 혼자 들르는 손님이 많은 몇 안 되는 카페일 것이다.


사람들은 커피 한잔에 5천원을 내는 것이 아니다. 하루 24시간 중 가장 편안하고 안정적인 시간에 대한 대가로 5천원을 내는 것이다. 그 대가가 만원, 2만원이 돼도, 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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