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ying out loud 'Raffles' in Singapore
싱가포르에 거주하거나 짧게라도 여행을 다니다 보면, '래플스(Raffles)'라는 이름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래플스 시티>, <래플스 병원>, <래플스 호텔>, <래플스 칼리지> 등 싱가포르 곳곳에 '래플스'라는 호칭과 함께 붙은 고유명사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래플스는 '토마스 스탬포드 래플스' 영국 아저씨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원주민 밖에 없던 싱가포르에 영국군을 데리고 와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발돋움에 기여했다 하여, 그를 '싱가포르의 아버지', '영국의 콜럼버스'라고 칭하기도 한다.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runch.co.kr/@paradishift/275 을 참고하기 바란다)
1887년 설립된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이다. 영국 식민지 지배 당시 설립된 탓에, 당시 영국군이 식민지 지배를 선언하고 나서 그들 건축양식으로 건축물을 짓는 디자인 방식을 일컬어 <Colonial, 콜로니얼 양식> 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영국 내에서는 블랙&화이트, 즉 흑과 백의 대비되는 색상을 강조하는 디자인 양식이라 하여 당시 시대상을 반영해 <영국 빅토리아풍 양식> 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10개의 작은 객실로 시작했으나 싱가포르항을 오가는 많은 외국인들의 휴식의 장이기도 했고, 당시 싱가포르에 거주하던 상류층 귀족, 부인들의 사교의 장이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대한제국 시대 이후 국내에 일본 호텔이 들어서면서, 영향력 있는 정치인, 사업가들이 모여 소셜 커뮤니티를 이룬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손님이 늘자 계속적인 보수, 확장을 거쳤고, 지금 현재는 115개의 객실, 약 65개의 레스토랑/리테일 상점이 줄지어 있는 <래플스 호텔 아케이드> 등을 포함한 명실상부 전통과 규모를 모두 보유한 럭셔리/부티끄 호텔 수준의 규모를 자랑한다.
싱가포르 호텔 내 최초로 전깃불이 들어오고, 천정의 실링 팬이 설치된 곳이며,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슬링 칵테일'을 고안한 롱바(Long Bar)가 있는 등 마치 19세기 영국 식민지 싱가포르의 모습을 재현한 타임머신을 탄 것과 같은 경험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1987년 국가 기념물로 지정됐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1989년에는 재개발을 통해 1920년대 호텔 모습으로 완전히 돌아가는 데 성공했다.
래플스 호텔 소개 영상이 보고 싶다면?
https://www.youtube.com/watch?v=TUNPRnXEobE
싱가포르 최대 부동산 투자그룹으로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테마섹홀딩스'가 개발한 도시이며, 쌍용건설이 시공을 맡아 화제가 된 건물이다. (이 쯤 되면 왜 이렇게 싱가포르에 쌍용건설이 지은 건물이 많은 지 궁금해진다. 1987년 래플스 호텔 재개발 당시에도 쌍용건설이 참여했고, 래플스 시티, 나중에는 마리나 베이샌즈 호텔까지... 첫 관계를 맺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아시는 분은 댓글을...)
1만 평이 조금 안 되는 땅에, 3개의 호텔, 1개의 오피스를 포함하여 4개의 건물이 들어섰다. '도시 속의 도시' 개념을 도입한 복합 건물로, 당대 최고의 건축가로 불리는 'I.M.PEI' 중국인 건축가가 설계한 대표 작품이다. 싱가포르 도심 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저층에는 컨벤션 센터와 대규모 마켓, 리테일 상점을 놓아 분절된 4개의 빌딩을 하나의 단지로 느껴지도록 설계했다. 서울 고속터미널 센트럴시티, 삼성 코엑스와 같은 컨셉이라고 보면 되겠다.
호텔동만 3개인 것이 아이러니 한데, 당시 싱가포르 정부가 해외 글로벌 기업 및 외화자본 유치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본 단지의 최초 이름도 '래플스 인터내셔널 센터' 였다고 한다. 총 객실 수만 2,065실이다. 객실 수도 압도적이지만, 호텔 준공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226m, 73층의 호텔로 지은 <스위스 호텔 스탬포드>와 트윈 타워 형태의 <페어몬트 싱가포르> 2개의 브랜드가 위치해 호텔 내에서도 타겟과 그레이드를 구분했다. 당시만 해도 '마리나베이샌즈'를 대체하는 싱가포르의 대표 호텔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외 병원, 대학 등 여러 '래플스' 컬렉션이 있다. 병원은 싱가포르 주변 부자 화교들이 자주 찾는 럭셔리 병원이라고 알려져 있고, 사립병원 중 최고 수준으로 비싼 병원비를 자랑하는 곳이라 한다. 다만 규모 자체가 중규모라 국내 종합 대학병원과는 다소 기능과 역할 면에서 차이가 있다. 대학은 래플스 칼리지로, 리콴유 초대 총리가 수석 입학한 학교로 유명하다.
그 외 '래플스 경'과 관련한 싱가포르 명칭 또는 공간이 있다면 알려주기 바란다.
끝.